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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63275468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1장 교동, 치열했던 역사의 시작과 전개
2장 교류와 전란의 시기
3장 나라를 지키는 섬
4장 살아있는 아픔의 역사
맺음말 교동, 평화의 섬을 꿈꾸다
책속에서
2014년 7월 교동대교의 개통은 교동과 강화, 나아가 교동과 육지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를 확 줄이는 효과를 나았다. 배타고 가야하는 섬이 아니라 차를 가지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섬이 되면서 교동은 섬이 생겨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는지 모른다.
변화의 중심에는 교동을 찾는 외지 사람들이 있다. 6~70년대의 풍경을 간직한 대룡시장을 찾는 분들이든, 등산이 좋아 화개산을 오르려고 오는 분들이든, 읍성과 향교를 답사하는 분들이든 다리로 연결되기 이전보다 숫자는 늘었고, 그만큼 교동이라는 곳을 아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교동이 겪어온, 교동이 품고 있는 수많은 사연과 역사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그간 여러 기관과 개인이 교동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을 펴냈지만,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특정 시기, 특정 부분에 치우쳐 교동의 전모를 전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인천광역시에서 쓰이는 행정 구역 명칭 중에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 교동인 만큼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여기에 이 책의 고민이 있다. 교동이라는 지역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어떤 측면에서 교동에 주목하면 교동의 전모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의 결과로 우리는 ‘전쟁’이라는 낱말에 주목했다.
교동은 전쟁의 섬이었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도 그런 모습은 쉽게 확인된다. 강화에서 교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병대 병사들의 검문을 거쳐야 하며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백제가 공방을 벌였던 관미성이 아닐까라는 주장도 넓게 퍼져있고, 고려시대에는 왜구의 침탈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보장처인 강화를 외곽에서 방어하는 수군 사령부로서 삼도수군통어영이 설치된 곳이다.
다른 한편 교동을 둘러싼 물길은 교류의 통로였다. 교동 앞 물길을 통해 아라비아 상인은 개성을 드나들며 이 땅이 KOREA임을 아랍세계에 알렸고, 전국 각지의 세금은 교동 앞 물길을 통해 개성으로, 한양으로 옮겨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보는 교동 화개산을, 건너편의 예성강을 바라보았을 것이며, 남산포구 언저리의 사신당에 올라 항해의 평안을 기원했을 것이다.
전쟁과 교류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물길로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교동을 전쟁이란 측면에서 주목한다는 말은 다의적이고 다층적이다. 전쟁의 끝은 평화이고, 평화는 전쟁이 배태한 갈등의 결과로서 사람들이 품고 바라는 최상의 결과이다.
우리가 전쟁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전쟁의 섬 교동은 평화의 섬 교동으로 나가는 전제로서 의미가 있다. 강화 북부와 교동을 흐르는 조강은 살았으되 죽은 강이다. 황해도 내륙을 관통해 교동 앞바다에 다다르는 예성강도 살았으되 죽은 강이다. 끊겨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조강과 예성강이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강이 되려면 끊겨있는 두 물줄기가 연결되어야 한다. 물이야 지금도 남북 구분없이 흐르지만,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어야 비로소 연결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교동이 품은 아픈 전쟁의 역사가 미래의 평화를 이끌어 낸 동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에서 강화군을 구성하는 여러 섬들 중에 교동을 가장 먼저 조사와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끊긴 물길은 교동 뿐만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교동이 가장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교동을 시작으로 석모도, 이어서 주문도와 볼음도를 관통하는 역사적 맥락에도 주목해 한해 한해 결과를 내 놓으려 한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전망하는 유력한 자산일 수 있다는 걸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다. 센터 연구원들이 가진 능력이 목표에 못 미칠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고민과 모색, 그리고 노력이 인천의 섬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창(窓)이 되길 희망한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