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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8896357004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0-06-09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부 ‘단바망간기념관’ 7300일
1장 아버지, 어머니가 걸어온 길
2장 ‘재일’에 새겨진 역사
3장 아버지 이정호가 추구했던 것
4장 아버지와 길을 떠나다: 조선인 강제연행과 망간광산
5장 진폐증과의 싸움
6장 ‘단바망간기념관’의 탄생
7장 ‘단바망간기념관’ 관장직을 이어받아
2부 나의 연구 노트
1장 재일조선인 차별로부터 해방을 향하여
2장 가해의 역사를 직시하며
3장 역사 왜곡을 밝힌다: 다나카 사카이의 ??망간 파라다이스?? 3장 비판
자료편
글을 마치며
역자 후기
책속에서
나의 아버지 이정호는 1934년 한반도에서 건너와 게이호쿠초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트럭운전수 조수를 비롯해 갖은 일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망간광산에서의 일에 아버지는 가장 열정을 쏟았습니다. 좁은 광산의 갱도에서 쭈그린 자세로 포대에 200킬로그램이나 되는 망간 광석을 등에 지고 나르는 노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동포들이 운반한 망간은 건전지, 맥주병 등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필수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고, 국가의 기반이 되는 철강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런 목숨을 건 조선인들의 노동으로 일본인들의 생활은 윤택해졌지만, 그것에 대한 일본과 일본인의 ‘보답’은 물에 빠진 자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것과 같은 잔인한 ‘차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된 노역에도, 차별에도 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가 돌연 어느 날, 망간광산에 박물관을 세워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폐증으로 숨 쉬는 것조차 괴로워하시던 아버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망간 박물관은 내 무덤이 될 것이다’, ‘조선인의 역사를 남기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망간 광맥이라도 뚫을 듯한 아버지의 강한 유지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이호쿠초 고립무원의 한 조선인 일가가 조선인의 역사를 남기겠다는 뜨겁고 뜨거운 가슴으로 두껍고도 두터운 차별의 암반을 깨부수어 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1989년 5월, ‘단바망간기념관’이 탄생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 후 20년이란 세월 동안 20만 방문객과 함께 걸어온 ‘단바망간기념관’ 7300일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단바망간기념관’은 일본인에게 일본 전후(戰後)의 존재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강력한 레지스탕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차별의 역사, 이것은 그야말로 인권이 짓밟혔던 재일조선인의 고투의 역사를 의미합니다. 이른바 한국 · 조선인 문제라고하면, 한국인과 조선인이 갖고 있는 문제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일본인 자신의 문제인 것입니다. 한국 · 조선인을 전후 60년이 넘도록 아무 의미도 없이 차별해온 일본 측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일본인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기념관을 재건하는 모임이 발족되어 감사한 마음뿐이나, 재건은 단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9년 5월 31일부로 ‘단바망간기념관’은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저는 싸우지 않고 패배를 인정해 버리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단바망간기념관’은 폐관하지만 저의 투쟁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여정’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가령 공격을 받아 죽더라도 뒤로 쓰러지지 말고 앞을 향해 쓰러지며 죽자.”
일본 전후의 역사, 차별의 역사와 싸우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
- 본문 중에서
역사를 아이스크림처럼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어둡고 무거운 우리의 근현대사를, 그 일부인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이 책이 지닌 덕목의 하나는, 결코 아이스크림처럼은 아니겠지만, 어떤 정겨움으로 우리에게 그 고난의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그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이를 둘러싼 세계를 참으로 객관적으로 묵묵히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는 어느새 그동안 몰랐던 재일조선인의 세계와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 전체상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편하고도 알기 쉽게 재일조선인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세상에 있었던가? 결코 흔하지 않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보다 기쁨이었다. 저자의 담담한 필치에, 아니 그 인품과 노력에 반가운 감사를 전하고 싶다.
- 추천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