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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63653624
· 쪽수 : 406쪽
· 출판일 : 2021-06-25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1장 서(序)를 대신하여 · 13
제2장 해리 왕자, 혼담 (婚談) · 64
제3장 타인의 죄업(罪業),126
제4장 절름발이 여자 · 197
제5장 현명한 뱀 · 248
제2부
제1장 밤 · 329
책속에서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도스토예프스키는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巨匠) 이다. 그는 현실의 객관적 반영을 중시하는 톨스토이에 비해 주관적 색채가 짙은 ‘넋의 리얼리즘’이라는 독자적인 문학을 창조하여 내면적 · 심리적 모순과 갈등을 추구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진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발휘되고 있다.
농노제적 압정(政)과 자본주의적 착취의 이중 억압하에서 경제적으로 빈곤화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죄와 벌》의 하급관리 마르메라도프가 말하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대에 태어난 그는, 이 과도기적 모순의 한가운데에 자신의 생애를 던져 스스로 그 모순에 찢기고 고뇌하면서,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예술가의 예리한 직관(直觀)으로 포착함으로써 시대상황의 본질적 측면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흐름을 전적으로 자신의 작품세계에 투영할 수 있었던 그의 문학은 이상하리만큼 두드러진 현대성을 지니고 있으며, 20세기의 문학과 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을 ‘인생의 복음서’, ‘현대의 예언서’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을 깎아내는 듯한 참담한 고투 끝에 마침내 완성된 《악령》은 사상적 비약이 대담 분방하여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 중에서 가장 첨단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더욱이 창작과정에서 혼연히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영감을 준 새로운 인물, 즉 스타브로긴의 매력은 그러한 내용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편을 통해 마치 폭풍처럼 일어난 사건들은 죄다 그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며, 거인처럼 늠름한 사상의 경련은 한결같이 그를 원천으로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창작 노트에서 예정한 바와 같이,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와 그의 아들 표트르 스테파노비치를 전면에다 내세우고, 참 주인공 스타브로긴을 배후에 숨겨, 서서히 비밀의 베일을 벗기는 수법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 인물을 묘사함에 있어 한마디의 설명적인 서술도 가하지 않은 채, 상징적인 암시로써 시종일관했기 때문에 그 핵심을 포착하는 데는 고도의 문학적 훈련이 필요할 만큼, 이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창조한 인물 가운데 가장 난해한 인물인 것이다. 따라서 스타브로긴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악령》의 전편을 이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서 무신론의 혁명사상을 ‘악령’으로 보고 그것에 홀린 사람들의 파멸을 그리려고 했으며, 또한 추괴한 악덕에서 오히려 감각적 희열을 느끼고 마침내는 그러한 허무 속에서 밖에 살 수 없어 자기의 생명을 끊는 악마적인 초인 스타브로긴의 형상을 창조하고, 키릴로프에게는 자살에 의하여 신을 죽이고 신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으려고 하는 ‘인신 사상’을 실천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그의 묘사력은 셰익스피어에 필적한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근대문학의 특징인 인간 심리의 복잡한 다면성과 무한한 모순 등을 전율하리만큼 박력 넘치는 필치로 묘사했던 그의 문학세계는,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 종교,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특히 후기의 장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언제나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 현대사회의 외관상의 평형을 뒤흔들고, 인간을 불안과 행동으로 몰아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는데, 이러한 기능에서 그의 문학적 본질뿐만 아니라 사상가로서의 그의 위대성과 예언자적 현대성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