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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654195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22-05-10
책 소개
목차
1982년 · 7
1983년 · 91
1984년 · 173
1985년 · 257
1986년 · 341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요일 새벽이면 으레 아내는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횟감을 사러 나간다. 나는 조간신문을 들여다보는 둥 하고선 석유 버너에 기름을 붓거나 등산화를 손질한다. 그리곤 2층 베란다에 서서 멀리 솟구친 관악산을 바라본다. 어떤 때는 먹구름과 빗발에 가려 그 모습을 못 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흰 구름이나 자운(紫雲)에 가려 한쪽만을 드러내 놓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거나 푸른 색깔의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기도 한다.
수산시장에서 돌아온 아내가 챙겨준 해물로 장만한 술안주와 찬을 배낭에다 주섬주섬 챙겨 넣고 대문을 나선다. 몸이 날듯이 가볍고 휘파람이라도 불고픈 기분이나, 가벼운 콧노래로 마음을 달랜다. 봉천동에서 서울대학교 정문 앞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주변의 정경은 계절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새롭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가끔 지나치는 차들도 한 폭의 그림 속에 한 부분의 구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20여 분 걸어가면 반가운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G서점 뒤뜰에 당도한다. 어느 때는 두세 분에서 어느 때는 여덟, 아홉 분이 오시기도 한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10시 정각이면 어김없이 관악산을 향해 그곳을 떠난다. 지난 25년 동안 해외여행 등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매주 일요일 똑같은 등산로로 관악산을 오른 안춘근 선생님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관악산 등산 경력 25년을 자랑하는 분으로 출판·서지학자이신 안 선생님 외에도, 영문학자이며 학술원상을 타신 김병철 박사, J대학에서 화학을 강의하시는 문병렬 박사님도 계신다. 국문학의 이상보, 경제학의 송종극, 불문학의 정봉구, 영문학의 송관식 박사, 독문학의 최두환 교수, 소설가이신 곽하신 선생 등 모두 내가 가는 길에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 각 분야의 권위자이시다.
이렇듯 등산을 같이 하는 모든 분들이 이순을 넘거나 가깝도록 학문적으로 꾸준하게 외길을 걸어오신 분들이다. 이분들을 모시거나 뒤따르며 나는 그분들의 대화 속에서 많은 학식과 정보를 얻고, 지난 1주일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반성과 돌아오는 1주일에 대한 계획과 지혜를 얻는다.
- 〈8월 어느 날 관악산을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