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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63707082
· 쪽수 : 455쪽
책 소개
목차
1장 에드워드
2장 아담
3장 아담의 유산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넌 티셔츠를 내 외투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우리는 작별인사로 포옹했다. 너무 길지 않게, 너무 세지도 않게.
“또 보자.”
네가 말했다. 그건 거짓말처럼 들렸다.
호텔 접수처에서 나는 티셔츠를 너에게 주라고 맡기며 쪽지를 붙였다. ‘에이미, 뭔가 남기기 위해.’
다음 날 너는 이제 영국으로 간다고, 티셔츠를 접수처에 맡겼으니 찾아가라고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가 또 보자고 했잖아.”
“에드워드, 그만해. 인생은 다 그런 거야.”
이봐, 사랑하는 영국 여자. 누가 너에게 그런 빌어먹을 말을 가르쳤지? (...)
“에이미.”
“응?”
초조하게 수화기에 와서 부딪히는 네 반지 소리가 들렸다.
“에이미, 그냥 이렇게 사라지지 마.”
“언젠가 저 꽃도 바삭하게 마르고 색깔도 바래겠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기 있을 거야.”
안나가 말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내 손을 쥐고 힘을 주었다. 잠시 온 세상이 내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내 안에서 수백만 마리 새들이 날아오르고, 바다와 강들이 내 핏줄을 따라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흘렀다. 우리의 눈길이 마주쳤을 때 내 얼굴은 사라졌다. 안나, 오직 너뿐이었다.
너는 그 비참한 방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때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더라면, 너에게 키스할 용기를 냈을 텐데.
할머니가 자기 계획을 털어놓았다.
나는 순수한 아리아인 혈통의 독일인이 될 거라고 했다.
후피의 친구를 통해 가짜 서류를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점령지 폴란드에서 부슬러가 나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엄청나게 위험했지만 무척이나 간단하게 들렸다.
12월 초에 어떤 여자가 젖먹이를 품에 안고 할머니의 다락방을 찾아왔다. 여자는 아기 기저귀에서 ‘안톤 리히터’라는 나의 새 신분증을 꺼냈다.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내 사진 아래 그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담 이스라엘 코헨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지만, 안톤 리히터는 이미 스물네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