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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3720074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똑똑한 바보 _윌리엄 헨리 아일랜드
살마나자르 _조지 살마나자르
밴버드의 어리석음 _존 밴버드
심스 구멍 _존 클리브스 심스
N선 눈을 가진 사람 _르네 블롱들로
천재들이 일을 꾸밀 줄 알았더라면 _프랑수아 수드르
2만 2천 그루의 모종나무 _이프리엄 불
기압 지하철 _앨프리드 엘리 비치
죽었으나 말하지 않는다 _마틴 파쿼 터퍼
열렬한 패션 애호가 _로버트 코츠
A. J. 플리즌턴의 파란빛 특집 _ 오커스터스 J. 플리즌턴
영광스러운 날이 오리니 _딜리아 베이컨
토성의 고리 위를 걷다 _토머스 딕
리뷰
책속에서
셰익스피어의 집 뒤뜰에 있는 오래된 뽕나무를 잘라 만든 유물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팔아도 바닥이 나지 않았다. 해마다 셰익스피어의 소지품을 팔아 번 돈만 가지도고 그 지역 전체를 먹여 살릴 정도였다.
새뮤얼과 윌리엄은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이 가득한 어둑한 방으로 들어섰다. 새뮤얼은 감격에 겨워 시인이 앤 해서웨이(셰익스피어의 아내)에게 구애할 때 앉았다는 의자를 날름 샀다. 위대한 시인의 뒷마당에 있는 신비롭게도 아직 번성하는 뽕나무 가지로 만든 술잔도 샀다. 얼뜨기들이 제대로 걸려들었음을 직감한 마을의 ‘역사가’는 두 사람을 스트렛퍼드 외곽의 시골집으로 안내했다. 그는 그곳에 셰익스피어가 남긴 옛 문서가 아직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살마나자르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먹으며 중간 중간 자기가 납치된 연유를 들려주었다. 예수회 목사가 포모사(지금의 타이완) 섬에 선교소를 설치했는데, 그가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걸 알고 유괴해서 유럽의 예수회 은거지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포모사의 토착민 선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포모사 출신이면서 라틴어로 미사를 주재할 수 있는 신의 사절로 훈련받은 것이다. “하지만 탈출했습니다.” 살마나자르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고는 낯선 땅에서 헤매고 있을 때 인스가 자기를 구해주었다며 감사해했다.
영국 땅에 단 한 명뿐인 포모사인, 고향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혼자 동떨어진 살마나자르의 이야기에 런던 사람들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조지 살마나자르는 본명이 아니었다. 그는 예수회 선교사들에게 납치당하지도 않았다. 포모사어로 말하고 쓰거나 포모사 종교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포모사에 가본 적도 없었다. 사실상 포모사 사람도 아니었다. 심지어 동양인도 아니었다.
누구도 일흔한 살의 노인을 보고 그가 한창때 연기로 유명세를 떨친 사람이었음을 짐작하지는 못했다. 코츠가 런던의 옛 친구들을 찾아가면 친구들이 다시 연기를 해보라고 부추기곤 했다. 특히 30년 전 그의 연기를 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도 보여주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젊은이들은 코츠의 연기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비평가들이 대체 왜 그렇게 그를 비난했던 걸까? 코츠가 자리를 비운 세월 동안 연극계에서는 멜로드라마가 자리를 잡았다. 한때는 과장된 연기라고 치부되었던 것이 이제는 예술적 열정으로 간주되었다. 단지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 코츠의 연기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