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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

갈팡질팡 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

이상경 (지은이)
  |  
양철북
2011-07-22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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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

책 정보

· 제목 : 갈팡질팡 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720500
· 쪽수 : 332쪽

책 소개

1970~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이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쓴, 소설적 성격이 강한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스물여덟 가지 에피소드에는 그때 그 시절을 환기하는 따뜻한 이웃들과 친구들의 이야기, 자신의 성장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목차

엄마 생각
작은 초가집
이엉 얹던 날
못곳댁, 이바구 한 자리 하소
부산으로 돌아오다
뒷마당가
우리 동네
초등학교에 들어가다
1학년 시절
임마, 니 때문에
돈을 훔치다
아버지
이정표 두 개
맛있는 추억
내 가슴에도 봄은 왔습니다
힘의 논리를 깨닫다
합천 아재 사건
꿀단지
우정이 뭐기에
진짜 좆 될 뻔한 이야기
가장 큰 변곡점
희섭이
살풍경들
좌충우돌 문예반
연애 속으로
대학에 들어가다
감옥에 갇히다
꽃다운 시절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이상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다녔다. 20대가 걸쳐진 1978년부터 1988년까지, 독재자들과의 악연이 사뭇 질겨서 감옥에 들락거리는 것으로 그 시절을 다 보냈다. 그 뒤로는 줄곧 출판 일을 업으로 삼아 밥을 벌었다.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긴 어느 날, 남의 원고를 마름질하며 시시콜콜한 시비를 가리는 일에 허둥대며 사는 일이 문득 덧없게 느껴져 스스로의 글을 쓰리라 작정하고 ‘무모하게도’ 탈 서울부터 감행했다. 지금은 지리산 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산자락에 엎드려 가난을 벗 삼아 글 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갈팡질팡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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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 참 그리고 ‘스피커’ 이야길 해야겠다. 어린 시절의 나를 난생처음 상상력의 길로 인도한 그 감미롭던 목소리의 향연을…….
텔레비전은커녕 라디오도 흔치 않던 때 시골 집집마다 대청 기둥이나 시렁에 됫박만 한 유선 스피커가 달리기 시작한 게 그 시절이었나 보다. 온종일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해가 설핏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 되면 깨금발을 딛고 단 하나 달려 있는 스위치를 딸깍 오른쪽으로 돌린다. “찌지직” 하는 낯선 전자음이 잠깐 들리고 나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경쾌한 시그널 음악이 차츰 잦아들면 “어린이 시간”이라고 다소 과장되게 말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말이지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었다. 적어도 내가 태어나 그렇게 예쁜 목소리로 말하는 표준어를 들어본 것은 그때가 단연 처음이었다.
“전국에 계신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기다리는 어린이 시간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옆에서 쓰다듬듯 친절하고 감미롭게 귀에 착착 감겨 오는 그 목소리에 나는 그만 자지러질 지경이 되어 오줌이 마려웠다.
이어지는 어린이 연속극, <걸리버 여행기>. 동화책 한 권 구경한 적이 없던 나는 그 낭독 연속극에 충격을 받았다. 어깨너머로 듣던 할매들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그 어린 시절 한때 내 마음에 뭉게뭉게 스며들던 ‘이야기’의 추억은 여전히 새롭고, 아릿하고, 유효하다. 나는 스피커에, 걸리버에, 그리고 이름 모르는 성우들에게 크게 빚진 셈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웬만큼 나이를 먹기 무섭게 머리부터 빡빡 깎이고 나서 덜 자란 육체를 검정색 교복 안에 가두고 목둘레에는 빳빳한 스탠드칼라를 달아 목이 졸리도록 호크를 채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칼라 위로 살짝 드러나게 칼날처럼 얇은 흰색 플라스틱 띠를 그 안에 끼우게 해서 아이들이 교복을 입을 때마다 느끼게 될 낯선 이물감을 통해 “이제 너희들은 우리 어른들이 정해 놓은 삼엄한 질서 안에 포획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따분한 신세로 변해 버렸다. 순순히 말을 들어야지.”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이런 ‘교복과 두발의 정치학’을 앞질러 눈치챘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아침마다 그 어색하고 불편한 교복을 챙겨 입고 서너 배는 무거워진 책가방과 씨름하며 훨씬 길어진 등굣길을 나설 때마다 어렴풋하게 느끼곤 했다. 중학교는 결코 달가운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렵 겪었던 사소한 사건 하나까지 덧보태져서 나는 앞으로 중학교 시절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예감하게 된다.
“야, 황보삼준! 임마 니도 동의중학교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날 하굣길에서 국민학교 동창 하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은 키가 나보다 한 뼘은 더 크고 덩치도 우람했다. 친한 편은 아니어도 육 년을 같이 다닌 녀석이 반갑지 않을 리 없었고 겨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투는 전혀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예상 밖으로 사뭇 사나운 눈길로 나를 째려보면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영석이 이 새끼, 인자부터 그런 식으로 부르면 직이 뿐다. 임마 니가 아직도 회장인 줄 아나?”
어, 이게 아닌데, 얼떨떨했다. 그 녀석은 아예 이참에 확실하게 눌러 두겠다는 듯이 내 턱을 잡고 두어 번 가볍게 흔들며 다른 손으로는 내려칠 듯이 을러대고는 유유히 돌아서서 가 버렸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이제부터는 나를 둘러싼 생태계가 국민학교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 전혀 색다른 사내아이들의 힘의 질서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남부민동 희섭이네 집이 우리 아지트였다. 마침 그때 희섭이가 고물 트럼펫을 하나 구해서 뿜빰빠라빰빠 소리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던 중이기도 해서 우리가 거기에 모이는 날이면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한 줄로 서서 희섭이가 앞장서 부는 트럼펫 소리에 맞춰 제 먹을 라면 한 봉지씩을 흔들어 대며 그 집으로 몰려가고는 했다. 동네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웃었고 우리도 마주 웃었다.
우리는 자주 소풍도 다녔다. 선들선들 바람이 불어 놀기 좋아하는 머슴애들 콧구멍이 빵처럼 부풀면 어김없이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해운대로, 송도의 혈청소 부근 해안으로, 범어사 계곡으로 몰려다녔다.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때로는 마라토너처럼 달려서 가기도 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모래를 쌓아 상처럼 만들고 작은 홈을 파서 간장을 담은 비닐봉지를 그 안에 넣고 봉지의 입구를 잘 벌려 놓으면 작은 종지처럼 되었다. 시장통에서 사 온 튀김이나 부침개에다 소주를 돌리며 ‘예술’과 ‘혁명’을 주워섬기던 그때, 드물게 누리는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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