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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724577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26-04-08
책 소개
‘이오덕’을 읽다
이오덕은 산골 학교 교사로 지내던 1962년부터 죽는 순간까지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42년 동안 쓴 공책 일기가 98권, 2013년에 다섯 권 책으로 펴냈고 다시 그걸 한 권으로 펴냈다. 이오덕이 산 하루하루를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독자들이 읽는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정성껏 골라 실었다.
일기에는 그의 사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밟으며 나아갔는지 잘 담겨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피워 낸 사유는 어린이문학과 글쓰기 교육으로 나아갔으며,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말 운동을 한 과정까지 고스란히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은 한 사람의 삶은 모든 사람의 삶에 이어져야 한다는 시인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산 이오덕
그가 남긴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록
이 일기는 이오덕이 산골 학교에서 교사로 살았던 1962년부터 2003년 8월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써 내려간 42년의 기록이다. 그가 남긴 일기 아흔여덟 권에는 자신이 뜻한 바대로 살고자 한 한 사람의 절실함과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43년 동안 초등 교사로 살아온 그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으며, 어린이문학과 우리말 살리는 일을 하며 세상 한가운데를 걸어갔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그의 일기는 시대를 기록한 보고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은 교사를 그만두던 1986년까지 교육 일기, 글쓰기 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 같은 사회 운동을 활발하게 하던 1998년까지, 무너미로 옮겨 가 돌아가시던 2003년까지, 이렇게 모두 3부로 편집했다.
꾹꾹 눌러쓴 일기에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한없이 여린 마음이, 하루하루를 시인의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고생하는 가족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인간 이오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분노하고 좌절하고, 하지만 ‘내 갈 길을 가야지’ 하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마지막 병이 찾아오고 죽음이 가까이 오는 순간에도 깨어 있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한 걸음씩 걸어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먼저 살다 간 어른의 하루하루가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크고 두툼한 일기장부터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 일기장까지 모두 98권. 그 안에 담긴 42년의 시간. 그 모든 것이 원고지 3만 7,986장, A4 4,500장으로 바뀌는 데 꼬박 여덟 달이 걸렸고 2년 넘는 시간 동안 가려내고 또 가려내어 다섯 권의 《이오덕 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다시 한 권으로 읽는 《이오덕 일기》를 펴낸다. 이제 선생님 일기를 한 권 정본으로 세상에 내놓는 마음이라 홀가분하다. 만드는 과정이 길고 지난했던 만큼 천천히, 오래오래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한 사람, 이오덕을 온전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1962 ~ 1986
1962년 9월 19일~1966년 10월 11일
1967년 3월 9일~1971년 10월 23일
1972년 1월 2일~1981년 10월 16일
1982년 4월 8일~1986년 2월 27일
2부 1986 ~ 1998
1986년 3월 5일~1988년 12월 28일
1989년 5월 17일~1993년 11월 14일
1994년 1월 12일~1998년 11월 19일
3부 1999 ~ 2003
1999년 1월 1일~2000년 12월 25일
2001년 1월 5일~2003년 8월 22일
이오덕이 걸어온 길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은 4시 5분 전, 아무도 없는 교실에는 때 묻고 찌그러진 조그만 책상들이 60여 개 나란히, 꼭 아이들이 귀엽게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뒤편에는 오늘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거기에는 운동장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온갖 모습들이 재미있는 선과 아름다운 색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전시판 밑에는 조그만 손으로 주물러 짜서 걸어 놓은 걸레가 널려 있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온갖 희망과 걱정과 슬픔을 안고 67명의 어린 생명들은 이 교실을 찾아올 것이다. 교사라는 내 위치가 새삼 두려워진다. 이렇게 괴로운 시대에 내가 참 어처구니없는 기계가 되어 어린 생명들을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 견딜 수 없는 심정이 된다.
두고두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 아이들을 키워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파고들어 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_1962년 9월 21일
42년의 교직을 어쩌면 이렇게 미련도 한 올 없이
헌 옷 벗어던지듯 훌훌 벗어던지는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는가?
딴 곳에다 꿈을 두었던가?
아니다.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
_1986년 2월 27일 일기에서
지금 저녁 10시 반, ‘밖에서 들어온 말의 문제’란 원고의 중요 부분을 거의 다 썼다. 모두 약 190장. 앞으로 10장 정도만 쓰면 한자 말과 일본 말 문제는 다 쓰게 된다. 이것을 발표할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아무 데도 싣겠다고 하는 데가 없다. 없어도 계속 써야 한다. 안 되면 조그만 책자로라도 만들고 싶다. 우리 말을 지키고 살려 나가는 문제가 얼마나 큰가를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내 남은 목숨을 여기다 걸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제저녁에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떤 사람도 못 쓰는 시, 나만이 쓰는 시를 꼭 쓰고 싶다. 내 외로움, 아픔, 그리고 고난당하는 생명을 나는 노래하고 싶다. 내가 아니면 그 아무도 불러 주지 않는 짓밟혀 죽어 가는 생명들을 나는 노래해야지. 아름다운 그 생명을 노래해야지.
_1988년 2월 14일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