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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img_thumb2/978896462729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64627297
· 쪽수 : 374쪽
· 출판일 : 2020-03-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제1부 헛헛한 마음 어떻게 달랠까
산기운은 황혼녘 아름다워라 山氣日夕佳
일 년 중 아름다운 경치를 그대는 기억해야 하리一 年好景君須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不開口笑是癡人
도연명 씨, 나만 술 많이 마셔 미안하이酒 足愧淵明
친구여 술 한잔 하세 能飲一杯無
내 마음 흔들어놓은 봄꽃 江上被花惱不徹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어라 別有天地非人間
가거나 오거나 관여하지 않고 不幹去來者
제2부 꽃은 정녕 그리움이어라
그윽한 향기 꽃 그림자 온몸 가득하여라 香滿衣巾影滿身
나뭇가지에 핀 연꽃 木末芙蓉花
뽕잎을 땁니다, 물가에서 采桑綠水邊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아리따운 모습 絆惹春風別有情
꽃잎은 바람에 지려 하건만 風花日將老
아름다운 붉은 꽃, 이슬 맺혀 향기롭고 一枝紅豔露凝香
마음은 온통 연꽃처럼 붉어요 蓮心徹底紅
강가에 무성한 하얀 갈대 蒹葭蒼蒼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霜葉紅於二月花
배꽃 같은 눈꽃 활짝 피었네 千樹萬樹梨花開
만물을 적신다, 소리도 없이 潤物細無聲
제3부 재 속에 묻은 빠알간 열정
산은 높은 걸 마다지 않고 山不厭高
내 평생 잘난 사람 감춰두질 못해 平生不解藏人善
황금으로 서시 동상 만들어줘야 하리 黃金只合鑄西施
푸른 바다 보고 나면 모든 강물 시원찮고 曾經蒼海難爲水
결혼하기 전에 당신을 만나지 못해 한스러워요 恨不相逢未嫁時
내 마음 이미 단단한 쇳덩이 되었으니 此心已作金剛鐵
아름답고 무성한 복사나무 桃之夭夭
시어머니 식성 알지를 못해 未諳姑食性
아들딸 많이 낳는 세상 載弄之璋, 載弄之瓦
아무리 깊은 물도 건널 수 있건만 水深深渡可渡
오의항 입구에는 석양이 비껴 있고 烏衣巷口夕陽斜
아! 아들 녀석 행역 나가 밤낮 없이 걷고 있겠지 嗟! 予子行役, 夙夜無已
맑은 마음은 통치의 근본 淸心爲治本
제4부 늙음, 그 완성의 미학
저무는 황혼인생이라 말하지 마오 莫道桑榆晚
몸아 너는 어찌 그리 태평하니? 心問身云何泰然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
나이 들어 늙으면 물러나야 하리 年高須告老
친구들이여 진정 날 걱정 마시게 交親不要苦相憂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한 사람 別是一生人
제5부 지난 여름의 추억
이글거리는 해 천지에 가득하고 赤日滿天地
간간이 시원한 기운 느끼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어라 時有微涼不是風
당신의 품안 들락이면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켰지요 出入君懷袖, 動搖微風發
긴 대롱 드리우고 맑은 이슬 마시며 垂緌飲淸露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淸商一來秋日曉
제6부 옛 시절, 그 아련한 향기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구나 冬至家家作豆糜
저무는 해, 골짜기로 기어가는 뱀과 같아라 欲知垂盡歲, 有似赴壑蛇
인파 속을 천번 만번 임 찾아 헤매다가 衆裏尋他千百度
청명이라 가랑비 자욱이 날리는데 淸明時節雨紛紛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길러주셨네 父兮生我, 母兮鞠我
거리마다 씨름 시합 나무마다 그네 뛴다 街街爭角觝, 樹樹颺秋千
천 리 밖에서도 아름다운 저 달님 함께할 수 있기를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명절 되면 가족이 갑절이나 보고파라 每逢佳節倍思親
부록 | 작가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석양은 한없이 아름다운데, 어쩌나 황혼에 가까운 것을.”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시 「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의 구절입니다. 세계와 자아의 황홀한 합일, 그 잠정暫定된 시간과 예고되는 결말, 도취와 각성, 탐미와 회한이 함축된 이 시구는 지상의 모든 존재와 그 역정을 압도하는 거대한 일모日暮를 우러러 노래한 천고의 절창으로 회자되고 있지요. 석양과 황혼이 광대하게 어우러지는 해질녘은 성찰과 미학의 시간입니다. 탄성과 탄식의 시간이기도 하고, 일탈과 감흥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낮과 밤이 산문의 시간이라면 해질녘은 시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런 해질녘에 아니 해질녘의 그런 정서로 고즈넉이 세계와 삶을 사색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고 또 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은이 서문)
모든 결실의 과정에는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이 석류처럼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누런 황금벌판 저 너머 수확 뒤에 잉태된 텅 빈 들녘, 공허가 하늘 끝까지 이어지는 일모에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스치며 지나갑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문득 손에 쥐어진 초라한 삶의 성적표에 밤잠 설치며 텅 빈 거실을 서성입니다. 화려했던 그 시절과 대비되는 초라한 지금이 서러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가슴앓이 하다가 새벽하늘에 외로이 걸린 달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슬픔과 허무, 패배감과 울화가 조수처럼 밀려올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저는 종종 1200년 전에 활동하였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 「술잔을 들며對酒」를 읊조리곤 합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자/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스스로 물어본다 난 어찌 이렇게 마음이 편한가를” “내 마음 절로 위안이 되니/늙었어도 여전히 살맛나는구나” 네……, 백거이는 자신의 삶을 폭넓게 통찰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네요. 아주 겸손하고 지혜롭지요.
백거이는 자신에게 타이릅니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는다. 밥은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보다 훨씬 배불리 더 잘 먹고, 수명은 일찍 죽은 안회보다 곱절이나 살았다. 재산은 가난뱅이 검루보다 백 배는 더 많다. 술은 도연명보다 넘치게 마신다. 여기서 백거이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은 백이, 도연명, 안회, 검루는 지조나 덕행 방면에서 후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백이는 굶어죽었고, 도연명은 맘껏 술 마실 형편이 못 되었고, 안회는 일찍 죽고, 검루는 평생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지낸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백거이는 생각합니다. 인격적으로는 자기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 복은 자기보다 훨씬 못하다고요. 그래서 행복하다고요. 그중에서 한 가지만 갖추어도 괜찮은데, 네 가지를 모두 갖추었으니 정말 행복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