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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시대 일반
· ISBN : 9788965294399
· 쪽수 : 92쪽
· 출판일 : 2025-05-31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3분 소설’ 중에서
“가까이 오라.”
주상전하의 윤음을 들은 유모 홍씨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대군의 적장자로 태어났으나 세상에 나온 지 반년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비구니가 됐으니 임금의 손자라 해도 갓난 아기씨는 고아나 다름없었다.
광평대군의 노비 조두대는 안타까운 눈으로 유모의 품에 안긴 아기씨를 바라보았다. 세종이 광평대군의 집을 자주 찾았기에 조두대는 주상 전하의 용안을 몇 번 뵌 적이 있었으나 경복궁에서는 처음이었다. 좋은 일로 부름을 받았다면 곁눈질을 해서라도 대궐 구경을 할 텐데 온통 슬픔으로 가득한 분위기라 고개를 움직일 겨를도 없었다.
“아기씨가 지낼 처소를 준비할 것이니 너희는 궁에 남아 아기씨를 보살피도록 하여라.”
“그리하겠사옵니다.”
유모 홍씨와 조두대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기씨에게 꼭 필요한 유모 홍씨와 달리 다른 곳으로 보내지거나 팔려갈까 싶어 초조했던 조두대는 세종과 소헌왕후의 배려에 그야말로 성은이 망극했다. 노비에 불과한 자신이 이제부터 대궐에서 먹고 자며 살게 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노비 조씨, 궁녀로 발탁되다’ 중에서
영순군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늦가을 무렵 천연두를 앓기 시작한 광평대군이 해를 넘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남편을 잃은 광평대군의 부인 신씨는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이때 영순군은 태어난 지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기였다. 주인을 잃은 조두대는 유모 홍씨와 함께 갓난 영순군을 보살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얼마 후 영순군을 대궐로 부른 세종의 명에 따라 조두대는 유모 홍씨와 함께 궁에서 생활하게 됐다. 정식 궁녀로 선발되진 않았지만 왕실의 특별한 상황에 따른 일종의 특채였다.
‘세조의 불경 간행에 동참하고 궁체를 창시하다’ 중에서
세조는 세조 5년(1459)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담은 《석보상절》과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월인석보》를 간행했다.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은 수양대군 시절, 세조가 세종의 명을 받고 제작한 한글 불서였으니 왕위에 오른 후 간행한 《월인석보》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간경도감에서 최초로 한글 번역된 불경은 세조의 친필로 간행된 《능엄경》7)이다. 세조는 능엄경 발문에서 번역 과정을 상세히 밝히며 동참했던 사람의 이름을 모두 언급했는데 그중엔 조두대의 이름도 있었다.
상(세조)이 한문에 토를 달고 혜각존자 신미대사가 토를 단 문장을 확인하면, 수빈 한씨(세조의 맏며느리, 훗날 인수대비)가 소리내어 읽으며 교정하고 한계희, 김수온이 그것을 들으며 번역하여 적는다. 박건, 윤필상, 노사신, 정효상 등이 번역된 문장을 서로 고찰해보고 영순군(광평대군의 아들)이 예(例)를 정하며, 조변안과 조지가 한자에 동국정운에 따른 운을 적고 신미와 사지, 학열, 학조 스님이 잘못 된 번역을 고치면 최종적으로 세조가 보고 난 후 조두대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능엄경언해》 권10 어제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