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6564085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03-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눈에 밟히는 사물들
1 인공위성 만리장성
꼬마 눈사람
붕어빵
러버콘
거리의 삼색 셔터
커피 전문점의 진동 알림벨
삼색 신호등
과일 행상 천막
2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한강 오리배
국회 의사봉
공원 운동기구
인큐베이터
아이스크림 냉동고
공사장 가림막
3 사랑의 노동
피아노
가정용 재봉틀
빗자루
제주 해녀의 테왁 망사리
유니폼
자기소개서
경찰 마네킹
4 불시착
사직단 안내도
경주시 캐릭터 ‘관이’와 ‘금이’
명절 상차림 배치도
마르크스와 엥겔스 동상
동물 머리가 실린 간판
비둘기 풍선
5 세계가 변하는 속도
전자무덤
철거되는 옥인아파트
느닷없는 봄꽃
카다피의 초상
큐알코드
비포 앤 애프터 광고
에필로그: 유실물 보관 센터
인용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입이 긴 두루미 앞에 놓인 평평한 그릇과 목이 짧은 여우 앞에 놓인 목이 긴 그릇은 대칭적 세계다. 둘은 그릇이라는 사물 때문에 눈앞에 놓인 음식을 그림의 떡으로 마주한다. 타인의 조건을 한계 자체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은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얄미운 것이다. 그릇 디자인의 묘미를 이용해 상대방을 초대해놓고 서로 음식 맛도 못 보게 하는 작은 전쟁은 유치원에서나 일어날 것 같지만 현실에서 자주 벌어진다.
몸동작을 ‘제안’하고 때로는 강력하게 ‘제한’까지 한다는 점에서 운동기구는 고문기구와 닮은 속성을 지녔다. 복부 강화 운동기구를 힘겹게 30회 하며 머리에 피어난 망상이었지만,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다리를 올리다 보니 춘향이 목에 걸었던 칼처럼 운동기구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홈쇼핑 채널을 보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소개하는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들을 어루만지는 호스트들의 잘 관리된 ‘손’이었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거나 재킷의 옷매무새를 다듬을 때, 가방을 열어 보일 때 이들의 손놀림은 프로페셔널하다. 상품을 귀하게 여기는 서비스업자의 손이면서 동시에 귀한 물건을 구매하는 꼼꼼한 소비자의 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