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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5702108
· 쪽수 : 44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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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장미의 열반
1 엄마 집에 가/2 나는 정신을 찍었다/3 졸의 기억/4 법당에서 옷을 벗습니다/5 춤추는 미꾸라지/6 이게 뭐지?/7 장미의 열반/8 영원한 노스탤지어/9 안단테~안단테~안단테~/10 길에서 만난 리틀 붓다/11 보드카, 자유를 마시다/12 아버지의 초상/13 베니스의 눈물/14 아직도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을 모른다/15 썩은 물이나 깨끗한 물이나 배를 띄우는 부력은 같다/16 어느 컬렉터의 눈물/17 바다 이야기/18 달빛 소나타/19 일상, 그 화려한 외출
2부 오! 마이 뉴욕
1 달나라에서 왔나/2 오! 마이 뉴욕/3 당신이 나를 울린다/4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3부 시간의 그림자
1 점의 여행/2 인도로 가는 길/3 솜사탕이 된 노자 도덕경/4 얼음으로 만든 붓다/5 산타페의 추억-흙과 바람의 냄새를 그린다/6 필연은 우연의 미장센이다/7 파르테논의 독백/8 시네마는 천국이다/9 마음 산책하는 날/10 고래 사냥/11 8시 15분/12 버드나무 아래서 현자를 만나다/13 대포로 그림을 그렸다/14 몽유도원을 실경한다/15 길이 아니라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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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The Portrait 003, 1991. 서해안 배연신굿을 하는 김금화 선생이 선생의 집 마루에 앉았다.
김금화의 사진을 본 많은 사람은 대단한 사진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진의 힘이라고 했다. 어떤 평론가는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도 하였다. 나의 워크숍에서 김금화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쳤고, 때마침 강의실로 들어서던 여자는 선생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이 사진은 실패작이다. 그 이유는 사진을 본 평론가의 말처럼 핵폭탄을 맞았거나 혹은 사람을 바닥에 주저앉히기 위하여 김금화를 만난 것이 아니어서다. 나는 사람을 바닥에 주저앉힌 그 기가 김금화의 정신이라고 생각지않았다. 당연히 선생의 정신세계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하여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선생의 기가 정제된 정신을 만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 사진에서는 김금화의 정제된 정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가 그대로 보는 사람에게 전해졌다. 나는 그것을 김금화의 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한 사진이다. 명확한 실패였다.
-1부 2장 ‘나는 정신을 찍었다’ 중
The Museum Project #038, from the series Nirvana, 1998.
작업을 한다는 것은 관념을 들어내는 것의 연속이다. 지독한 관념 들어내기이다. 아침에 들어내면 저녁에 다시 차오르고, 저녁에 들어내면 다음 날 아침 다시 가득 차 있는 것이 관념의 세계이다.
관념은 거머리보다 더 지독하고 내가 존재하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는 나의 그림자와 같다.
예술의 근원이 새로움이라면, 그 새로움은 관념을 비워내지 않으면 참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장에 빵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그 일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덤으로 얻게 되는 세상 사는 이치이며 지혜 때문이다.
모든 작업이 단 한순간도 버릴 수 없는 치열한 현장이었지만, <뮤지엄 프로젝트>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밤을 새운다. 작업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작업 현장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 Boxing이고 투쟁의 역사이다. 분명한 것은, 나의 삶은 그 과정의 연속이었다.
-1부 4장 ‘법당에서 옷을 벗습니다’ 중
Nirvana of Rose
마른 장미 잎에 성냥불을 붙이는 순간 장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타올랐다. 그 순간,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나의 뇌를 마비시킬 정도의 강한 향기 탓이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내가 기억하던 날 듯 말 듯하던 장미 향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향기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장미에 대하여 알고 있던 나의 상식은 무참하게 깨어졌다. 충격과 아픔과 상쾌함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내가 알던 상식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장님이었구나! 내가 코끼리를 더듬고 있었구나!’
장미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의 다른 말이 아니던가?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장미 쓰레기들이 졸지에 불타면서 내는 향기는 장미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해체해버렸다.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나의 관념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것이 진정한 열반인가?
-1부 7장 ‘장미의 열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