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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5746539
· 쪽수 : 100쪽
· 출판일 : 2018-04-3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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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강이 완만히 굽어지면서 제방 전체가 양 기슭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그림자로 푸르게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마치 온종일 햇빛이 닿지 않는 정원 구석 같은 곳이었다. 풀꽃과 나무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적고, 가냘픈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여린 잎사귀의 테두리가 살짝 비친다. 어느 것이나 여러 해 동안 자외선을 피해 왔던 노력이 보상을 받은 영리
듯 온몸에 선명한 초록빛 윤기를 휘감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목적지인 낚시 포인트로 흐르는 강물의 하얀 물보라가 이제 곧 보이겠다 싶어 시선을 준 곳에, 길을 가로막기라도 하듯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물참나무야, 곤노! 물참나무라고.”
등굣길에 죽은 비둘기라도 발견한 꼬마 아이처럼 히아사가 외쳤다. 물참나무는 잎에 특색이 있는 나무라서 나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는 훨씬 약하고 호리호리한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고 무사히 서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거목만 쓰러진 것이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긴 두 분 사이가 여간 좋았어야지. 허전하겠어요.”
“아니 뭐, 그냥 기분 전환하러 들른 겁니다.”
나는 팔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동작을 하며 웃었다. 이 창고에는 모르핀이나 코데인 같은 극약만 관리하는 화약고 같은 작은 방이 있다.
“그런데 정말 금단 증상이 나타난 것 같구먼, 얼굴 좀 봐.”
옆에서 운전기사인 오제키 씨가 도시락을 먹다 말고 나무젓가락을 낚싯대처럼 들고 휙 채 올렸다.
환각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물 속에서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이나 수면에 비치는 새 그림자 같은 것들은 자주 꿈에 나왔다. 빨래를 마치고 물을 잠갔는데 귓속에서 물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계곡의 시냇물 소리처럼 점점 퍼지며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일종의 금단 증상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