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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65749202
· 쪽수 : 480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한의 모닥불
1권 1.일출 없는 새벽|2.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3.민족의 발견|4.소화, 하얀 꽃이라는 이름의 무당|5.조계산 숯막|6.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가 빨갱이 맹근당께요|7.그리고 청년단|8.이념 이전의 인간|9.문딩이 가시내, 팔자도 참 험허게 변했다|10.암약(暗躍)
2권 11.체포|12.구만리장천을 떠도는 구름|13.냉철한 비판을 생리로 가진 역사의 정체는 무엇인가|14.까마귀떼|15.기습이다!|16.감꽃은 먹을 수 있는 꽃|17.배고픔과 동물과 인간|18.수혈|19.새가 창공에 그 발자국을 새기지 못하듯이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20.토벌대 물러가라!
3권 21.탈주 제보|22.병원사건|23.계엄군 주둔|24.분노의 소작인|25.농민, 그 사무치는 설움|26.겨울달빛 실린 고샅길|27.우리의 국토를 양단시킴으로써 민족을 분열시키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하려 한다―백범 김구|28.아부지는 얼굴도 몸도 뻘건 디는 하나또 웂는디 워째 사람들은 아부지보고 빨갱이라고 헐까?|29.대나무 전설|30.전라도|31.읍내를 에워싼 불길
제2부 민중의 불꽃
4권 1.피할 수 없는 맞섬|2.그것은 이긴 싸움|3.평행선|4.야학의 여선생|5.누가 묵어도 묵을 떡인디|6. 술찌끼를 먹고 취한 아이|7.쑥떡뿐인 설|8.어두운 정월 대보름|9.머시여, 벌거지!|10.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11.미운 진달래|12.율어의 왕복길
5권 13.빨갱이와 내통한 좌익분자|14.물과 기름|15.어으허으 어어허야 어얼럴러 어으히야|16.당신을 용공행위로 체포하겠소!|17.새로 부는 바람|18.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습격|19.그리고, 친일파·민족반역자들의 승리|20.백범 김구를 죽인 네 발의 총알|21.거꾸로 흐르기 시작한 역사의 물줄기|22. 8월의 들녘|23.자유민주주의라는 허울|24.일어서는 산
제3부 분단과 전쟁
6권 1.니만 사람이냐!|2.접선 실패|3.두 형제의 야행|4.태백산맥에 내린 소개령|5.소화의 씻김굿|6.산중의 엄동설한|7.소작인의 의지|8.어떤 여자 빨치산의 죽음|9.민중의 승리, 2대 국회의원 선거|10. 아,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11.1950년 6월 25일|12.산골짜기를 울리는 한밤중의 총소리들|13.사회주의 리얼리즘
7권 14.살아서 돌아온 그들|15.김범준의 귀향|16.양쪽을 다 미워하는 아이|17.무상몰수 무상분배|18. 워메, 논두렁 콩알꺼지 시고, 울안 감나무 감꺼지 시는 저런 법은 워디서 나온 법이드랑가!|19.고구마똥|20.소용돌이|21.구빨치 그리고 신빨치|22.너희들을 위한 전쟁|23.몸씻기 마을굿|24.냄편이고 아덜이고 열썩이라도 못 당허겄다, 요런 징글징글헌 놈에 시상!|25.우리 아부지가 하대치요|26.압록강의 물을 마시며|27.똥냄새 김치냄새의 나라
제4부 전쟁과 분단
8권 1.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2.아시아인은 미국인과 동등하지 않다. 아시아인은 인간이 아니며, 인간 이하의 존재다|3.탈출|4.죽음의 대열, 해골의 대열|5.1951년 1월 4일|6.거창, 그 오지의 낮과 밤|7.빨치산,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의 진정성|8.천점바구와 외서댁|9.다시 삼팔선 전선|10.세상을 떠난 김사용|11.재귀열이란 돌림병|12.싸울 수밖에 없는 싸움
9권 13.위대한 전사 조원제|14.덕유산의 비밀회의|15.사형 대신 써야 하는 수기|16.항미소년돌격대|17. 장마와 함께 온 휴전회담 소식|18.새로 생겨나는 반공세력|19.어차피 한 번 죽는다|20.포로의 섬, 거제도|21.빼앗겨가는 해방구|22.호산댁|23.이동 준비|24.지리산
10권 25.피아골|26.새로운 전술|27.고향에서 몰려나기 시작하는 사람들|28.지리산 동계대공세|29.각 도당 동계대공세|30.각 도당과 지리산의 전면공세|31.또 하나의 전쟁터, 포로수용소|32.천점바구의 죽음과 동계대공세 종료|33.1952년 5·15 결정|34.제5지구당 결성|35.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36. 감옥살이도 역사투쟁이다|37.겨울과 함께 떠난 영웅 이태식|38.휴전선으로 변한 삼팔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하섭은 두 손으로 얼굴을 꼭 눌러 감싸며 신음처럼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밤새껏 걸어 여기까지 와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있었다. 그때 구원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암호는 백두산, 한라산, 복창하시오.” “백두산, 한라산.” 지난밤 위원장에게 하달받은 암호가 정하섭의 가슴에 안도의 따스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암호는 곧 생명이었다. 암호의 누설은 조직의 동맥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에게 독립공작을 부여하고 암호까지 하달했다는 것은 당성을 의심하기는커녕 당성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좋은 반증이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신경과민이군.”
정하섭은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분명한 어조로 혼잣말을 하며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위원장은 사소한 실수로 야기될지 모를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위원장다운 주도면밀한 조치였다. 그는 거의 웃는 일이 없이 냉혈적인 침착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정하섭을 불렀을 때는 다소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사태가 우리한테 약간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히 들으시오. 이건 당의 명령이오.” 당의 명령이라는 전제 앞에서 정하섭은 반사적으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긴장했다. 당의 명령은 ‘사태가 약간 불리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결정적인 패주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하섭은 묵묵히 명령을 수령하는 자세를 지켰다. 명령 앞에서는 그 어떤 이의제기나 회의적 질문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불문율 때문이 아니었다. 직감적으로 느끼기에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급박해져 있었다. -「일출 없는 새벽」 중에서
스무 살 나이가 가까워질 임시부터였으니까 아들의 열 받친 행동거지는 일정(日政) 때부터 시작되어 이미 10년이 가까워 있었다. 일본인 지주한테 대항해서 소작쟁의를 벌이면서 아들은 가도가도 목마르고 허기진 소작농군의 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반 소작쟁의도 삭신 녹아내릴 매타작에 콩밥신세가 확연한 죄로 정해진 세상에서, 일본인 지주를 상대로 한 소작쟁의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너무나 빤한 노릇이었다. 그것은 맨주먹으로 닛뽄도 휘두르는 순사한테 덤벼드는 것이나 진배없었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성미 급한 나방이나 다를 바 없었다. 피걸레가 되어 내던져진 아들을 업고 집으로 돌아오며 판석 영감은 제 살이 찢겨나가는 아픔에 떨며 울었고, 차라리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목숨의 구차함이 비통해서 울었다. 축 늘어진 아들을 수십 번 추슬러 업어가며 판석 영감은 피물림하듯 대대로 이어진 소작농의 비애와 운명을 씹었다. 대를 물리는 가난이라는 것처럼 무서운 죄가 없었고, 견디기 어려운 벌이 없었다. 아들은 그 죄를 타고나서 이제 철든 나이가 되면서 그 벌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부지, 지발 암 말도 마씨요. 목심 내걸고 독립운동허는 사람들도 있는디, 뺏긴 지 밥그럭 찾아묵는 일도 못헌다먼 고것이 무신 사내새끼다요. 그라고 우리가 허는 짓이 계란으로 바우 치기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당께요. 그려도 허고 허고 또 혀야지라. 작인 없는 지주놈들도 웂는 법잉께요.” -「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