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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6550616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_9
1. 나 자신으로 죽기 위해 _14
2. 오후의 선물 _48
3. 죽어가는 과정은 죽음이 아니다 _67
4. 저물어가는 시간 속의 제리 _127
5. 나의 죽음과 함께 걷기 _152
6. 고통을 견디는 능력 _182
7. ‘아니오’라는 대답의 도덕적 아름다움 _213
8.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_248
9. 얼음송곳 청년 _291
10. 백장미단 _327
11. 죽음을 감싸 안는 것 _374
12. 건강 추구 : 또 다른 키메라? _408
주석 _426
옮긴이의 말 _451
책속에서
나는 세계가 환상, 다시 말해서 현대 서양 의학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혼란스러운 망상으로 뒤덮여 있음을 본다. 그런 착각은 어떤 의미로는 실재가 시스템 그 자체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의료 시스템은 전문가의 지위 확대가 불러온 자만심과 소비에 길들여진 대중의 탐욕을 통해 번성했다. 진짜 문화는 배제된 채, 뿌리가 없고 균열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고 절망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관습적인 소비 행태에 몰두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오직 하나뿐인 곳, 살기 좋고 편안한 자리를 우리 손으로 직접 파괴했다. 그리고 이제 고칠 수 없는 묘비명을 썼다. “인간의 격정을 지배한 것은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였다.”
-「머리말」 중에서
하지만 기술과학이 현대의 삶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회사들이 요구하는 조치도 있고, 관료적 절차도 여전히 필요하다. 다른 전문가들과 반드시 상담을 해야 하며 이론적 근거들도 궁리해야만 한다. 적당한 독약이나 기구가 선택되어야 하고, 서류들을 작성해야만 한다. 필요한 서명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오직 그런 경우에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기술사회에서 적절하게 여겨지는 죽음은 그런 방식으로 일어난다. 결국 현대 과학이 끼친 주요한 영향 중 하나는 각 개인을 더욱 더 무력하게 만들고, 자율성을 점점 더 남김없이 제거한다는 것이다. 죽음은 반드시, 즉 복지 전문가들과 성실한 관료들의 통제 밑으로 완전히 들어가야 한다.
- 1장「나 자신으로 죽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친족들을 살균되고 인간미 없는 의료 시스템의 첨단 기술세계로 보낸다. 병원 직원들은 면회 시간 전에 매우 세심하게 환자들을 준비시킨다. 방문객들은 ‘역겨운’ 어떤 것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한 절차들은 실제로 비용이 더 비싼 기관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오히려 잘 관리되는 환자들이 갇혀 있는 병동과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축소의 현실을 더 많이 목격했다.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시설에서는 혐오스럽게 보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들이 제거되고 살균된다.
- 3장 「죽어가는 과정은 죽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