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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6550999
· 쪽수 : 175쪽
책 소개
목차
1부
아주 드럽게 더워 죽겄네–참죽나무∙8
알랑가 몰라!–대추나무∙13
욕쟁이 할머니의 호떡–엄나무∙18
짝꿍–감나무∙24
차라리 돈을 달랑께–화살나무∙29
2부
구신헌티 홀린 겨–느티나무∙36
나이야가라 클럽?–상수리나무∙42
낭만도 모르는가베–딱총나무(접골목)∙47
내 마음이 그랬어, 암만–흰 무궁화꽃∙52
내가 말여, 왕년에는–등나무∙57
3부
봄날은 그렇게 가고–살구나무1∙64
대나뭇집 할머니–살구나무2∙72
꼬부랑 살구나무–살구나무3∙77
4부
별을 헤는 아부지–개나리∙90
불빛만 반짝거렸다–벚나무∙94
아카시아 마른 꽃잎–아카시아∙98
물난리–버드나무∙103
두말허믄 잔소리여–앵두나무∙107
문턱에 걸리다–오동나무∙113
5부(산문 같은 소설)
이봐 총각, 나 집으로 보내줘–팽나무1∙120
흔적도 없이 사라진–팽나무2∙129
뒷모습–팽나무3∙135
산다는 건 정말–팽나무4∙142
6부(산문 같은 소설)
말복∙15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안녕하세요.”
“왔냐!”
“엄마가 이거 갖다드리라구요.”
“뭘 이런 걸 가져왔다냐. 엄니한테 고맙다고 혀잉?”
“네, 근디 왜 이렇게 바쁘시대요?”
“창석이가 온댜. 바빠서리 안 올 줄 알았더니만 온다네.”
“아, 좋으시겠어요.”
“좋긴 뭘 좋아. 바쁜 사램들이 일허야지. 여그서 시간 빼서 불믄 오째.”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내내 싱글벙글, 짹짹짹짹, 이리저리 세숫대야 발로 차고, 개 밥그릇 뒹굴어 다니고, 조릿대 삭삭삭 바쁘다 바빠!
이 세상의 엄니들은 풀물 들어 어지간해서는 빠지지도 않은 손으로 한 세월 그렇게 살다 가면 그만이라는 듯이 신산스러워했다가, 객지에서 일하는 자식새끼들이 온다면 두 손 두 발 걷어붙이고, 이 밭 저 밭 알게 모르게 숨겨놓은 것들 죄다 내놓는데, 울근불근 앙알앙알 쫑알쫑알대며, 대문 안으로 들어올 자식새끼들은 엄니의 마음을 알랑가 몰라!
―「알랑가 몰라」 중
“뭐 땜시 사와서리 사램 오장육부를 뒤집고 지랄이여? 저거 틀믄 전기세는 워쩔 겨? 다달이 줄 겨? 그라믄 나가 아낌읎이 틀어불랑께. 오째, 사램이 물어보지도 않고 승질머리대로 지랄인 겨? 어릴 때부터 자각 못 체리고 지랄허더니 오째 나이 처묵을 대로 드셔놓고는 목소리만 커져서리 여그서 왕왕, 저그서 왕왕대고 말여, 그게 개새끼지 뭐여. 저런 거 말고 차라리 돈을 주믄 나가 쌀이라도 사 묵지.”
목소리에 따발총을 달은 콩나물집 할매가 다다다 쏘아대는 통에, 어디 숨을 데 없는 영진 아저씨는 오롯이 서서 그 말 총알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고 있었다.
―「차라리 돈을 달랑께」 중
“이 땅에 구신 읎는 곳이 어디 있어? 이 구석 저 구석 틈틈이 앉아 있는디 보이지 않남?”
“할머니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참말로 무서워 죽겠네.”
“뭣이 무서워? 집 지키는 성주도 구신이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도 구신이고, 장독대 지키는 장독대 구신도 있고, 나쁜 놈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지켜주는 대문 구신도 있고, 뒷간 지키는 뒷간 구신도 있고, 다 구신이 지켜주는디 뭣이 무서워? 구신이 다 조상인디 뭐 땜시 무서워?”
“밤마실 왔다가 엄한 소리 들었네. 고만 좀 해요.”
―「대추나뭇집 할머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