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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067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4-07-10
책 소개
목차
제1부
깨진 바다
물잠뱅이
겨울 저녁
봄을 드시다
산이 사라졌다
아카시아꽃 피는 밤
꿈자리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ㅤㅇㅡㅄ는 소리
첫발
오소
파마
리어카에 실려 가는 노을
폐사지를 걷다가
제2부
전화
버스 타러 간다
배롱꽃만 붉었다
호들갑
동네 막내
장대추위
워쩌겄어
시린 겨울밤에 들다
너테
가르랑 소리에 묻히다
상강에 이르다
진만이네 개
바다, 잠시 숨을 멈추다
성질난 다짐
제3부
더없이 깊고 짙은 여름
음력 유월 초하루
매미
나의 바다
저물녘
아침이 일어난다
그런 날이 있었다
구석에서
먼 거리
읍내 가는 길은 멀다
딱새
소문
산목련 같은 봄에 오르다
제4부
그늘 깊은 집
백중(百中)
밤을 줍다가
목련꽃 발자국
달은 밝은데
야간작업
미싱사
집이 돌아가셨다
이야기 한 소쿠리
개 대가리 소금 허치듯
헌 소리 또 허고
외로운 허수아비
염생이
손자국
발문|문동만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릎 수술로 한 계절 병원 신세 지고 온
석남이네 할머니
산이 있던 자리 멍하니 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산이 사라졌다
여주댁 이사 가고 산 팔았다더니
그새 사라지고 없다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었다
고사리 끊으러 다녔던
산이 사라졌다
산벚나무가 유난히 많던 산이
호랑지빠귀가 울던 산이
기둥에 걸어놓은 거울 속
산이 사라졌다
당신도 곧 사라질 것처럼 여러날째
빈 하늘만 보고 있다
―「산이 사라졌다」 전문
나가 구십 하고도 거시기 두살인가 세살인가 헌디도 까막눈 아녀, 젓가락을 요로코롬 놔도 뭔 자인지 모른당께, 그냥 작대기여 헌디, 할멈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수술받는다고 병달이 놈 손 잡고 올라갔잖여, 병달이가 무신 일 있으믄 편지 쓰라고 봉투에다가 주소는 적어두고 갔는디, 나가 글씨가 뭔지 오치게 알어, 기냥 알았어,라고만 혔지, 그때는 산 넘어가야 전화가 있을랑 말랑 혔어 암만,
어찌어찌 보름이 지났는디 이 할멈이 오지를 않는겨, 저짝에서 소쩍새가 소쩌럭 소쩌 소쩌 여러날 우는디 환장허겄데, 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어찌 사나 몰러, 그나저나 수술받다 죽었으믄 연락이라도 올 텐디 꿩 궈 먹은 소식이더라고,
병달이가 써준 봉투 생각이 나서 종이 꺼내놓고 뭐라 쓰야겄는디, 뭐라 쓰야 헐지 몰라서 고민허다가 에라 모르겄다, 허고는 소 다섯마리 그려 보냈당께, 근디 할멈이 용케 알아보고 열흘 만에 왔더만, 나가 글씨보단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걸 그때 알았당께
―「오소」 전문
빈 절간을 지키는 개 반달이의 느린 걸음이고 싶어졌고 슬쩍 날아와 털신의 털을 뽑아 가는 박새 부리이고 싶어졌고 무너진 축대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목련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이고 싶어졌고 극락전 앞 뒹구는 매미 허물이고 싶어졌다 바랜 단청 흐린 색으로 머물다 지워지고 싶었고 문살 나간 창호지 구멍이고 싶었고 그늘도 없는 폐사지에 머물다 간 구름이고 싶었다 요사채에서 병든 사내가 밟은 절 마당이고 싶었고 승복 말리는 빨랫줄이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달 서성이는 발자국으로
머리 긴 비구니가 되어 그늘 많은
도시로 돌아왔다
―「폐사지를 걷다가」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