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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6551231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4
제1장 / 9
제2장 / 85
제3장 / 157
옮긴이의 말 / 240
[해설] 오키나와전쟁과 대면하는 비극적 서정(김동현, 문학평론가) / 245
책속에서
다이이치는 조심스럽게 무릎까지 오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 허리를 숙인 채 손을 넣어 풀뿌리 아래를 더듬는다. 처음에는 양팔을 쫙 펼치고 있다가 서서히 가운데로 모은다. 그러면 풀뿌리 아래에서는 반드시 두세 마리 정도의 줄새우가 잡힌다. 줄새우가 있다는 건 손의 감촉만으로도 바로 알 수 있다. 그때 망설임 없이 덥석 잡으면 된다. 아니면 살짝 가운데로 몰아 양손으로 잡아도 된다. 이렇게 하면 줄새우는 얼마든지 재미있게 잡을 수 있다. 줄새우 가운데는 가재처럼 큰 집게를 가진 친바―라는 녀석도 있다. 때로는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물려 놀랄 수도 있지만 다이이치는 그 친바―도 곧잘 잡았다. 엄마는 다이이치의 실력을 알고 줄새우 잡이를 부탁한 것이었다.
산은 울음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로 소란스럽다. 마을 뒤에 서 있는 산의 절벽에 부딪혀 끊임없이 상공으로 솟는 바닷바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쓸쓸한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그 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나무들도 비명을 질러댄다. 그것은 때로는 온갖 탁한 소리를 모두 뒤섞어놓은 땅울림 같은 소리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때로는 각각의 나무들이 자신의 슬픔을 죄다 끌어모아 손으로 어루만지며 지르는 비명 같기도 하다. 소리에 강약은 있어도 결코 끊어지는 법은 없다. 산이 통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즈에는 산의 통곡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누군가가 몸을 격렬하게 흔들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어둠 속에서 멀리 희미하게 투명한 하늘이 보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도 보인다. 그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남편 겐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스강은 다이이치와 같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제격이었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놀이터라기보다는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습의 장이었다. 물론 다이이치에게 그런 자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다이이치는 강에 사는 생명들과 놀기를 좋아할 뿐이었다. 줄새우를 비롯해 잠자리 유충, 소금쟁이, 올챙이, 우렁이, 게, 장어,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들…. 다이이치에게는 모든 생물이 신기했고 그들의 몸짓과 행동에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생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이이치는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지혜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