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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286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0-11-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_5
제1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12
싱글 맘•14
공평무사•16
국경을 넘는 여자들•18
누에•22
더 컨덕터•23
조(JOE)•26
굴다리 여자•30
후남 언니•32
머리를 감는 동안•34
구멍들•36
바캉스 베이비•38
어미 거미•42
구체관절인형•44
증언의 시작•46
제2부
자몽•52
회전목마•53
수족관•56
트렁크의 노래•58
계수나무 남자•60
그녀가 사는 법•62
벽 장미•64
짧은 머리의 자화상•66
자전거를 타는 여자•68
여신 쿠마리•71
모피를 입은 남자•74
이토록 추운 2월의 밤에
그토록 추웠던 2월의 밤을 기억한다•76
동행•78
진성여왕을 위한 변명•80
떨어진 곳에서도 들리는 말•82
제3부
폐업 신고 하던 날•88
적요•91
복면을 만드는 밤•92
어떤 밤길•94
백남기 우리밀•96
반도체 소녀•98
공정거래•100
건강원 앞 쪽화단•101
터진목 해안에 와서•102
겨울 아침•104
허공에 매달린 사내•106
나는 다 봤습니다•109
솔롱고스•112
블랙 슈트•114
제4부
반려•120
선인장•121
곰보 삼촌•122
서둔동인지 탑동인지•124
나와 조랑말과 마부는•126
마호바 역에서•128
사라진 연못•130
귀•132
여름 숲•134
목걸이•136
로드무비•138
첫눈•140
세족 릴레이•141
바위무화과나무•142
해설 ‘F’라는 고유한 시의 성좌 | 최 진석•14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주름투성이 열 개의 손가락을
부챗살처럼 펼칠 때
그녀는 여름꽃
갈퀴 같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털털하게 말할 때
그녀는 오히려 빛나지
가녀리고 나긋나긋한
고객들의 손을
슬쩍, 곁눈질도 해보지만
이내 가위를 들고 몰입하지
샴푸를 하고 염색약을 바르지
마디 굵고 거친 손에
어린 딸 셋과 그녀의 전부가 걸려 있지
아이들을 차례로 씻기고 밥을 안치고
돈을 세는 만능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을 때
그녀는 겨울나무
―「싱글 맘」 전문
새벽
변두리 공중목욕탕
어스름
한가운데
플라스틱 바가지를 베고
바닥에 모로 드러누운
누에 한 마리
굽은 마디들
듬성한 백발
노역에 닳은 몸은
자루 같은 가죽만 남아
마지막 뽕잎을 갉아 먹고
영원히 잠들었네
환기통으로 날아오르는
새하얀 나방
―「누에」 전문
오늘 밤 안으로 국경을 넘어야 한다
퍼붓는 비는 야속하고
어린 아들은 칭얼댄다
얘야, 조금만 참자
달래기도 전에
등에 업힌 아이가 조용하다
잠든 거겠지?
그냥 잠이 든 거다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나쁜 생각 따위 하지 말아야 한다
새도 꽃도 빵도
아무것도 없는 국경 근처
신발은 자꾸 진흙 속으로 빠져든다
오늘 밤이 고비다
하루만 더 버티게 해달라며
어금니를 깨무는 밤
아침은 언제 밝아오는 걸까
오늘 밤 안으로 국경을 넘어야 산다
―「어떤 밤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