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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446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11-2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4
제1부
발바닥의 생·14
부대찌개·16
언덕·18
핑계·20
부러진 상사화·22
투병 중·24
귀향·25
벽시계·26
칼바람·27
제주도 막걸리·29
가풍·30
배달의 기수·32
밥집에서·33
생일·35
돌팔매·37
아내·38
늦은 꽃·39
삐딱구두·41
안부 전화·42
제2부
농사·44
죽음에서 배운 삶·46
파란만장·48
식물원·50
장남·52
삼각관계·54
지훈이·56
꽃 소식·57
꼬부랑 할머니·59
방물장수·60
낫 장수 처녀의 풍물 장단·61
정자나무·63
억새꽃 부부·65
제3부
풀 깎기·68
책장·69
암탉·70
마스크·72
동쪽의 집·73
낙엽·75
세대·76
발버둥·77
동백·78
몸의 기억·80
삼불(三佛)·82
오카리나·83
시·84
거울 보기·85
도시로 간다·86
고요한 마을·87
시작(詩作)·88
주소록을 정리하며·89
개천절·90
다알리아·91
철·92
해설
무구한 존재들이 펼치는 여백의 미학(오홍진)·9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운데가 움푹하다
하늘을 닮았다
서쪽 끝에서 시작된 걸음마는
고단한 보행을 지나
지금은 천기를 읽을 나이
으르렁대는 천둥 뚫고
각질 더덕한 걸음으로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시끌벅적 물장구치는 아이들
돌부리에 차이며 졸졸대는 시냇물
물 등에 얹힌 시간의 주름들
돌이켜보니 아버지는 언제나
맨발이었다
몸을 지탱하며 앞만 보던 엄지발가락이
한풀 꺾여 하늘 향해 있다
_「발바닥의 생」 전문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태엽을 감던
아버지 떠나신 후로
멈춰버린 시계
감아도 더디 가는 녹슨 태엽처럼
아버지 모습도 흐릿하다
이제는 녹슨 시간을 지나
남은 시간을 살아내야 할 때
시계를 바꿔 달았다
밤에도 잘 보이는 전자시계다
시계 뒤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
벽시계 떼어낸 자리
하얗게 멈춰 있다
네모반듯 관짝 같다
_「벽시계」 전문
장수원 치매 노인들과 전통 놀이 한다
영도 할아버지는 복자 할머니 뒤만 따라다닌다
할아버지는 간식을 받으면 주머니에 숨겼다가
몰래 복자 할머니 손에 쥐여준다
연애편지나 휘파람 따윈 잊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는 몸이 기억한다
장수원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몰던 내 손에
할머니가 내리시며 무엇인가를 쥐여준다
간식 시간에 나눠준 사탕이다
이후로 영도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복지사에게 물었더니,
할머니가 내게 사탕 주시는 걸 보셨단다
그 사탕이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주신 거였단다
그날 이후로 영도 할아버지는
말씀도 줄고 할머니를 피해 다닌다고 한다
복자 할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복자 씨, 내 사랑은 사탕 하나로는 택도 없어요
요즘 밥 먹자는 할머니가 있어요
사탕보다 밥이 좋은 절 용서하세요
-「삼각관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