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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66551576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22-12-13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4
1부
민촌 이기영의 『고향』을 만나러 갑니다 ○ 13
영원한 경계인, 박노갑과 엄흥섭 ○ 56
역사를 배반하지 않는 소설의 진정성—조선희의 『세 여자』 ○ 86
박상륭 소설 읽기를 통한 ‘죽음’의 의미 찾기 ○ 132
문학에 나타난 질병의 얼굴들 ○ 155
연민과 믿음에 대한 탐색—정낙추의 『노을에 묻다』 ○ 175
2부
봄을 향한 시적 페이소스—이문복 ○ 197
신동엽을 다시 읽다 ○ 209
경계를 사유하는 시 읽기—이명재 ○ 233
수묵화와 풍속화로 만나는 두 개의 자화상—정완희와 진영대 ○ 248
지상의 별을 노래하는 ‘시의 길’—이은봉 ○ 267
기억, 성찰, 치유, 그리고 정체성 찾기의 도정—이은숙 ○ 287
대화와 독백으로 치유하고 상생하는 시인의 꿈—박용주와 장인무 ○ 302
애도(哀悼)의 언어, 소생(蘇生)의 힘—박형권 ○ 319
원심력과 구심력의 언어 미학—박설희 ○ 338
3부
시를 통한 연대의 가능성 ○ 357
생명력 있는 시를 위한 요건 ○ 378
한국 시의 미래를 묻다 ○ 399
애도(哀悼)의 목소리들 ○ 409
실존적 체험과 사랑의 시학 ○ 428
생태학적 상상력, 변방에서 시를 묻다 ○ 438
시로 여는 생존 연습 ○ 462
임명희 작가에게 보내는 글 ○ 471
사랑과 바보 이미지, 기억의 힘 ○ 477
물의 상상력으로 읽는 유준화의 시 ○ 490
저자소개
책속에서
1920년대는 동학의 잔존 세력과 의병 활동 참여자가 체험담이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주고받던 때이므로 항일 정신과 더불어 반골 정신이 꿈틀대고 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지피기만 하면 횃불로 타오를 수 있는 만반의 태세가 마련된 셈이지요. 프롤레타리아는 공장의 기계나 토지 등의 생산수단을 지니지 못해 몸(노동력)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합니다. 지주나 자본가가 일을 시키고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노동력을 팔아 살면서 노예 취급을 당했었지요. 그런데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로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로 나누는 계급이론이 등장하면서 노동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졌습니다. 당당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것이지요.
『고향』에서 그 권리의식을 주장하는 주체는 농민이니 이 점이 중요한 작가정신이지요. 1920~1930년대의 조선은 농업이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기영은 농촌에 살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충남의 천안 사투리가 정겹습니다.
―「민촌 이기영의 『고향』을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세 여자』는 민중의 가능성이 항상 그리고 도처에 잠재해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믿음을 갈망하면서 한 치의 의심 없이 지닌다는 게 이미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믿음은 유효하다. 1987년 6월항쟁에서 그리고 2017년 촛불혁명에서 그 힘은 위력을 발휘했지 않는가. 민중의 힘은 모래알처럼 무력하지만 어느새 폭풍처럼 엄청난 위력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기도 한다. 기계나 물질적 거대함 속에서 나날이 자잘해지는 듯하면서도, 인간적 위대함은 어떤 촉발의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나타나 경외감을 몸소 체험하게 만든다.
―「역사를 배반하지 않는 소설의 진정성」 중에서
문학의 존재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중간 지점이다. 성聖과 속俗을 깊숙이 보여주되 그 하나에 천착하지 않는 세계에서 피어나는 꽃이 문학인 것이다. 그러니까 갑작스럽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겨졌을 때 인간은 신을 갈망하고 영원한 세계에 매달리고자 하는 나약한 존재이다. 불치병은 그렇게 인간의 심신을 헤집어놓으면서 나머지 인생을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하도록 이끌어준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일상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생명이 있는 것들의 아름다운 음률을 듣게 해준다. 이처럼 놀라운 변화와 기적의 에너지는 내 존재가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처절한 인식 그리고 질병을 받아들인 이후 한결 성숙한 세계관으로부터 나온다.
―「문학에 나타난 질병의 얼굴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