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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62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7-1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4
1부
보따리·12
말[言]·14
실눈 뜨는 길에서·16
아버지의 등·18
절벽·20
지는 것에 대하여·21
비 오는 날에는 대숲을 ·22
목이 진·24
담쟁이의 가르침·25
아비의 하늘·26
씨앗·28
불알·30
붉음, 그 지지 않는·32
2부
욕심의 무게·36
소실점 너머·38
촛불·40
바람의 변주곡·42
꽃 본 죄·44
아무도 모르게·45
영업 비밀·46
까치집·48
봄의 시간·50
동태탕을 먹다가·52
꽃이 꽃에게·54
낮술을 하다·56
3부
퇴직·60
시간을 사는 사람·62
살아야겠다고·64
하노이·66
너스레·67
태초·68
시인의 자격·70
일침·72
창조의 역군·74
생각의 차이·76
소신공양·78
너를 생각한다·79
백지 편지·80
내가 내 편·81
4부
가장·84
그나마·85
고초·86
짜장면의 뿌리·88
남편·90
매생이국 앞에서·92
잎사귀·94
어쩌면·95
낭만 하우스·96
동면·97
덤·98
어떤 스승들·100
처음·103
그런 날 있었지·104
문제人·105
꽃이 피네·106
해설
존재의 비밀을 드러내는 소실점의 윤리(문신)·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골장 새벽으로 가는 버스
손님은 달랑 할머니와
주름진 손이 주름을 한 곳으로 모았을 보따리 두 개
그 안에 할머니의 텃밭이 자라고 있다
거들떠보는 이 없는
시장 모퉁이 잡고
진눈깨비 손가락 휘감을 때
좌판 국수 한가닥으로 허기를 메운다
와글대던 시장이 어스름에 잠기면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몸뚱이를 이고
갈라진 손금이 수만 번 묶었다 풀었을 보따리가 걸어간다
예순 되면 보따리 꾸릴 준비하라는 말
귓전에 울려
나도
저무는 땅거미 주섬주섬 담는다
_「보따리」 전문
겹겹의 세월이 스쳐 간 몸을
얕은 곳에 부리시고
다가올 생을 엿들으시려는가
가난한 아버지의 등이 바닥에 붙어만 있다
제대로 한번 걷지도 못한 채
신발을 버리고 백지장이 된 맨발
눈이 부셔 자꾸만 눈이 부셔
눈자위 벼랑이 헐어진다
어느 날인가부터
때론 휘청, 흔들리며
저물어가는 몸으로 봄날이 지나간다
안간힘으로 계절을 건너온 몸
다저녁 바람에 풀꽃으로 피어
이제 다음 생을 귀 열고 들으시려는가
신발은 댓돌에서 졸고,
아버지의 등은 그저 누워만 계시는 것이다
_「아버지의 등」 전문
고기 한 근이 600그램
오늘 새벽 흘린 땀은 580그램
헬스장에서 15km를 뛰고
젖은 옷 저울에 달아보니 근 고기 한 근
몸 한 덩이에서
비로소 욕심 한 근 덜어낸 셈이다
눈뜨면 매 순간 자라는
심지어 꿈에서도 좇는
씨앗 같은 욕심
그 무게는 몇 근이고
얼마나 더 덜어내야
저울추 가벼워질까
단호하지 못하여
나를 배반하고
씨앗을 싹틔우는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
_「욕심의 무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