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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 ISBN : 9788966806096
· 쪽수 : 516쪽
책 소개
목차
원도(原道) 제1 ··················3
징성(徵聖) 제2 ··················9
종경(宗經) 제3 ··················14
정위(正緯) 제4 ··················20
변소(辨騷) 제5 ··················24
명시(明詩) 제6 ··················31
악부(樂府) 제7 ··················38
전부(詮賦) 제8 ··················46
송찬(頌贊) 제9 ··················55
축맹(祝盟) 제10 ·················63
명잠(銘箴) 제11 ·················72
뇌비(?碑) 제12 ·················82
애조(哀弔) 제13 ·················90
잡문(雜文) 제14 ·················98
해은(諧?) 제15 ·················105
사전(史傳) 제16 ·················116
제자(諸子) 제17 ·················130
논설(論說) 제18 ·················141
조책(詔策) 제19 ·················152
격이(檄移) 제20 ·················163
봉선(封禪) 제21 ················170
장표(章表) 제22 ·················177
주계(奏啓) 제23 ·················185
의대(議對) 제24 ·················193
서기(書記) 제25 ·················203
신사(神思) 제26 ·················217
체성(體性) 제27 ·················223
풍골(風骨) 제28 ·················229
통변(通變) 제29 ·················235
정세(定勢) 제30 ·················241
정채(情采) 제31 ·················247
용재(鎔裁) 제32 ·················253
성률(聲律) 제33 ·················259
장구(章句) 제34 ·················265
여사(麗辭) 제35 ·················271
비흥(比興) 제36 ·················277
과식(?飾) 제37 ·················283
사류(事類) 제38 ·················288
연자(練字) 제39 ················296
은수(隱秀) 제40 ·················305
지하(指瑕) 제41 ·················312
양기(養氣) 제42 ·················319
부회(附會) 제43 ·················324
총술(總術) 제44 ·················331
시서(時序) 제45 ·················337
물색(物色) 제46 ·················350
재략(才略) 제47 ·················355
지음(知音) 제48 ·················366
정기(程器) 제49 ·················373
서지(序志) 제50 ·················378
찬양하노라 ···················387
원문 ······················409
해설 ······················501
지은이에 대해 ··················510
옮긴이에 대해 ··················514
책속에서
그러므로 문학이 ‘오경’을 종법으로 삼을 수 있다면 문학의 체제에는 여섯 가지 뜻이 있게 되니 다음과 같다.
첫째, 감정에 깊이가 있고 가짜가 아니며,
둘째, 풍격이 맑고 순수하며,
셋째, 내용이 신실하고 허구가 아니며,
넷째, 뜻은 곧고 비뚤어지지 않으며,
다섯째, 체재는 간결하고 조리에 맞으며,
여섯째, 문체는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된다.
양웅(揚雄)이 ‘오경’의 문장에 대해 “옥을 조각해 그릇을 만드는 일”에 비유한 것은, ‘오경’의 문장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무늬를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릇 문장은 덕행으로 수립되고 덕행은 문장으로 전해지게 되니, 문장과 덕행이 선도해 광채로써 서로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덕행의 쌓음에 매진해 명성을 수립하는 데에는 성인을 스승으로 삼지 않을 수 없는데도, 오경을 종법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건안(建安) 시대의 ‘애사’는 오직 서간(徐幹)의 작품이 매우 뛰어났다. 조식(曹植)이 어린 둘째 딸의 죽음에 즈음해 쓴 <행녀애사(行女哀辭)>를 살펴보면, 문장 속에서 비통하고 슬픈 마음을 볼 수 있다. 반악(潘岳)이 뒤를 이어 창작한 데 이르러서는, 실로 ‘애사’의 아름다움을 한곳에 그러모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생각이 주밀하면서도 표현에는 변화가 많으며, 감정은 비통함과 고통스러움을 꿰뚫고 있다. 일에 대한 서술 방법은 ‘사전(史傳)’의 체제이며, 표현 구성은 ≪시경≫ 시인의 표현 방법을 모방했다. 사언구로 이루어진 리듬의 진행은 비교적 빠르며, 리듬이 완만하고 느슨한 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뜻은 솔직하게 나타내었으면서도 표현은 곡진하며, 형식은 옛날을 따랐으면서도 정취는 새로운 느낌이 있다. 자신의 딸 금록(金鹿)의 죽음에 즈음해 쓴 <금록애사(金鹿哀辭)>와 임자함(任子咸)의 딸의 죽음에 즈음해 쓴 <택란애사(澤蘭哀辭)>를 살펴보면, 심장과 간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은 그러한 표현이어서 혹여 누가 계승할 수 있겠는가?
훌륭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데는 먼저 세 가지 표준을 세워야 한다. 단서를 이행하는 시작 부분에서는 성정을 바탕 삼아 체제를 세우고, 올바름을 거론하는 가운데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참작해 종류를 나눠 선택하고, 정리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표현을 간추려 요점을 제시한다. 그러한 후에 화려한 표현을 펼치면서 진실한 내용을 담고 문장의 리듬과 수식을 더하거나 바꾸어야 하니, 마치 먹줄 밖으로 비어져 나온 나무가 비록 아름다운 재료라 할지라도 깎여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문장의 처음과 끝은 원만하게 조화되고, 조리를 관통함으로써 순서에는 계통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방법이 미리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마음 내키는 대로 표현을 추구하면, 서로 다른 실마리가 무리지어 모여들고 기형의 손발가락이나 몸에 붙은 혹처럼 불필요한 표현이 반드시 많아지게 된다. 그러한 까닭에 세 가지 표준이 정해지면 다음으로 자구를 검토한다. 구에서 제거해야 할 표현이 있다는 것은 문장이 조잡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어서, 한 자도 줄일 수 없어야만 마침내 문장이 정밀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정밀한 논리와 요점 있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문학 창작은 지극히 간결한 체제를 이룰 수 있지만, 마음 가는 대로 자구를 고쳐 중복시킨다면 지극히 번잡한 체제가 되어 버릴 것이다. 체제의 번잡함과 간략함이라는 것은 작가의 성정에 따른 문학 창작의 기호에 해당한다. 표현을 확대해 펼치면 두 구가 한 편의 문장으로 번잡하게 서술되기도 하지만, 줄여서 표현의 핵심을 꿰뚫으면 한 문장을 삭제해 단지 두 구로 될 수도 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표현을 덧붙이는 데 능하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표현을 삭제하는 데 능하다. 능숙하게 삭제한 사람의 문장은 자를 빼어 버려도 뜻은 남고, 부연하는 데 능한 사람은 표현이 달라도 뜻은 분명하게 나타낸다. 자를 삭제해 뜻이 결핍된 문장이 되면 문학 창작 표현의 짧고 부족함으로 내용에 핵심이 없게 되고, 표현의 서술이 뜻을 중복시키면 내용이 잡초처럼 황폐해 볼만한 가치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