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67070182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12-26
책 소개
목차
고향 크로아티아
1. 데스네의 양치기 소년
2. 유년 시절
3. 전쟁
4. 공산당 치하
5. 자그레브로 향하여
6. 탈출
젊은 시절과 배움
7. 신세계
8. 파라다이스
9. 크리스천 브라더스
10. 앙드레 첼리스체프
뿌리를 내리다
11. 로버트 몬다비
12. 샤토 몬텔레나
13. 파리의 심판
14. 그르기치 힐스 설립
성공을 향한 열정
15. 샤르도네의 왕
16. 진주 목걸이
17. 크로아티아로 귀향
18. 그르기츠 비나
19. 진판델의 수수께끼
20. 평화의 뿌리
21. 오래된 포도나무처럼
22. 완벽한 와인
23. 기적
미국 와인 역사
책속에서
1954년 여름이었다. 날씨는 무더웠다. 유고슬라비아의 국경을 향해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실은 나는 온몸에 얼음을 끼얹은 것 같은 찬 기운을 느꼈다. 기차가 멈추려고 속력을 늦추자 가슴은 엔진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총을 든 군인이 나타나더니 굳은 표정으로 국경선을 통과하려고 내리는 사람들을 감시했으며, 조사관들은 유고슬라비아를 떠나려는 모든 승객들을 검문했다. 잘못되면 다시 기차를 탈 수도 없고 국경을 통과하지도 못하게 된다.
서류는 완벽했다. 미엔코 그르기치는 공산 유고슬라비아에 속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학 학생이다. 나는 유엔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4개월의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독일의 와이너리에서 포도 수확을 돕는 일을 하기 위해 유고슬라비아를 떠난다.
샤토 몬텔레나에 전보 한 장이 날라 왔다. “파리에서 우승” 단 한 줄이었다.
캘리스토가에 있던 나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뭘 이겼다는 말이지? 그러자 <뉴욕 타임스>에서 전화가 왔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왜? 나는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서 <뉴욕 타임스>에서 전화가 왔다고 생각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잘못은 없어요.” 전화기 너머 저쪽 끝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파리 테이스팅에서 우승한 1973년 샤르도네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세 명의 타임스 기자가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날아와 나를 만나러 캘리스토가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려고 캘리스토가로 온 적이 있었을까? 그런 적은 없었을 것이다.
기자들로부터 1976년 5월 24일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들었다. 샤토 몬텔레나의 두 번째 빈티지인 1973 샤르도네는 다른 캘리포니아 와인들과 함께, 가장 유명한 프랑스 와인들이 참가하는 테이스팅에서 심판을 받았다.
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의 라벨을 가린 채로 프랑스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겼다. 점수를 모두 합해보니 나의 샤르도네가 위대한 부르고뉴 와인을 제치고 최고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만든 1973 샤토 몬텔레나가 132점을 받았다.
포도밭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최고의 와인은 최고의 포도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포도로 적당한 와인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목표는 늘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파 밸리에는 훌륭한 포도를 생산하는 재배자가 많다. 하지만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고 포도나무를 직접 키우게 되면 가지치기부터 수확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포도를 관리할 수 있다.
포도나무는 우리와 함께 대자연이 키운다고 진정 말하고 싶다. 대지의 어머니는 해마다 농부에게 놀라운 선물을 안겨 준다. 나는 어릴 때부터 대자연이 주는 선물인 햇빛, 비, 안개, 파도 등을 무한히 존경하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 결정은 늘 대지의 어머니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