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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26032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8-1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삼 년
갓난 노인
일상의 기록
눈이 두 번 내리면
아직 남은 일상의 기록
2장 카이로스
카이로스의 순간
별 놈 없다
운전, 감자
카이로스의 조각들
이국(異國)
갓난 노인 마트료시카
3장 만날 시간
참 갓난 노인
때를 따라 때 묻지 않은 사람
오늘의 의미
4장 인생 여행
낯선 도시, 낯익은 기억
한 살, 한생(生)
전망대
모든 생을 마주하는 곳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를 안는 순간 아들을 품에 안은 느낌이었다.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이 생에서 보낸 마지막 3년여의 시간은 질긴 싸움과도 같았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는 마지막 일 년 반 가량을 더욱 집요하게 버텨야 했다. 아버지의 육체는 겉보기에는 고요한 상태였다. 육체의 움직임이 둔해질 대로 둔해졌으니 그저 누운 모습 그대로 잠잠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계절이 오고가는 당연한 자연의 흐름 앞에서마저도 그 변화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신의 몸과 격렬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다.
나는 바람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나를 숨 쉬게 한 바람은 이전에 아버지의 코끝을 매만지며 아버지의 몸속을 살피고 나온 숨결일지도 모른다. 그날 해변에 분 바람이 어느 시간 속을 살던 당신의 모습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온 것인지 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언제를 살던 아버지의 살갗을 휘감고서 세상 속을 돌고 돌아와 다시 나의 살갗을 덮은 것일까. 당신의 유년의 모습인지, 청년의 모습인지, 장년의 모습인지, 아니면 인자함이 농후하게 밴 노년의 모습을 담아 온 바람인지 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