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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전기(개국~임진왜란 이전)
· ISBN : 9788967350345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2-12-28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면서
여는 글
제1장|퇴계가 받든 여인들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 | 권씨 부인과의 만남 | 제사 음식을 집어먹다 | 흰 도포 자락을 빨간 헝겊으
로 꿰매다 | 죽령에서 부인의 영구靈柩를 맞이하다 | 처가의 제사를 모시다 | 장모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다 | 군자의 도道는 부부에게서 시작된다 | 서로를 손님처럼 공경하라 | 시아버님 묘소 가까이에
묻어달라 | 청상과부 홀로 빈소를 지키니 어찌 할꼬
제2장|퇴계를 만든 여인들
어머니 춘천 박씨 | 동안학발의 할머니 영양 김씨
제3장|퇴계, 백성을 받들다
백면서생, 농사를 염려하다 | 향촌의 질서를 바로잡다 | 귀천을 가리지 않고 존중하다 | 남의 자식을
죽여서 내 자식을 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 대장장이에게 배움의 길을 터주다 | 의롭지 않은 것은
멀리하라 | 출처와 명분이 확실치 않은 물건은 사양하다 | 혐의를 경계하다 | 가난할수록 더욱 즐겨
라 | 가짓잎·무나물·미역으로 차려진 밥상 | 비석 대신 조그마한 돌을 세워라
주註
리뷰
책속에서
질은 부름을 받고 달려온 퇴계를 향해 “자네, 3년 전 상처를 하고 나서 재혼은 했는가?” 하고 물었다. 퇴계가 아직 둘째 부인을 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 던져본 말이었다.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이보게! 자네는 우리 집 사정을 잘 알지 않는가? 집안이 잇달아 참극을 당하는 바람에 내 여식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네. 그러니 누가 데리고 가겠는가? 내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되어가고 또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처지에 혼기를 넘긴 여식을 그저 보고만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네. 그래서 오늘 자네에게 내 여식을 부탁하려고 이렇게 불렀네. 아무리 생각하고 궁리를 해봐도 자네밖에는 믿고 맡길 사람이 없으니, 어찌 하겠나?”
퇴계는 말없이 한참을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맞이하겠습니다. 어머님께 허락을 받은 다음 예禮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놓으시고 아무쪼록 기력을 보존하십시오.”
조부의 제삿날에 식구들이 온혜에 있는 큰형 집에 모였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그러자 권씨 부인은 재빨리 배를 집어 치마 속에 숨겼다. 이를 본 큰형
수가 동서를 나무랐다.
“이보게, 동서! 제사상을 차리는데 과일이 떨어진 것은 우리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네. 그런데 그것을 치마 속에 감추면 어찌하겠단 말인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여인들은 차마 뭐라 할 수 없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을 뿐이었다. 바깥 대청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자 퇴계는 밖으로 나와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서둘러 큰형수에게 가서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그리고 손자며느리의 잘못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귀엽게 보시고 화를 내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러고는 권씨 부인을 따로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다. 배가 먹고 싶어서 숨겼다고 하자, 퇴계는 치마 속에 감춘 배를 달라고 한 뒤 손수 껍질을 깎아 잘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