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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359300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그렇게 봄이 시작된다
봄
계절이라는 마감
식물 공부
작지만 거대한 알뿌리
다시 보는 할미꽃
닳아가는 물감
클레마티스의 꽃받침을 보셨나요?
가정 원예의 즐거움
백구와 매화
내일도 뽕나무가 있을 거란 착각
뒷산의 아까시나무
봄의 향기
봄나물 반찬을 먹으며
선배와 작약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이 피는 날
‘등’이라는 이름의 쉼터
식물을 좋아하는 방법
여름
꽃다발을 만들며
양성화와 중성화
복숭아털을 만지며
죽은 잎
전나무 숲으로
존재감 없는 동물이기를
달맞이꽃과 인연
완벽한 기록은 없다
정미 덩굴 뒤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가시
베트남의 친구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열대과일
벌레잡이식물과 여성 원예가
밟힐수록 강해지는 식물
가을
가끔은 식물의 이름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괜찮은 일
내 소중한 뿌리들
신문이 하는 일
식물과 사람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모든 사람은 식물을 마주할 권리가 있다
잎이 보여주는 삶의 다양성
귀를 기울이면 알게 되는 것
귀한 꽃을 보여줄까요?
겨울
호랑가시나무와 나의 정원
설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 겨울 생강을 먹으며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베리 가게에서
생강나무에도 곧 꽃이 필 거예요
진짜는 겨울에
중요한 식물, 중요하지 않은 식물
식물의 겨울나기
쌓인 눈 아래 새싹
찾아보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고로 나는 스스로가 생각보다 더 약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나도 길가의 한 포기 풀처럼 어느 한순간 갑자기 죽어버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의 삶과 작업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식물을 찾아다니고 기록해왔던가. (…) 어느덧 3주가 흘러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전에 관찰하던 질경이를 찾았다. 골목길 가운데 있던 개체라 그새 누군가에게 밟히거나 훼손되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그 질경이는 한 달 전 모습 그대로였다. ‘너도 이렇게 꿋꿋이 살아가는데, 한 치 앞을 모르는 신세이지만 나도 내 일을 꿋꿋이 해내고 살아가야지 별수 있겠니.’ 나는 그렇게 질경이 그림을 완성했다.
_「밟힐수록 강해지는 식물」
살아가며 예상치 못한 환경에 놓여 실수를 범하게 되더라도, 내 삶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더라도, 그런 삶이라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걸 겨울에 꽃을 피우는 개나리나 이른 봄 다른 식물이 잎을 틔울 때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말해준다.
혹여나 춥고 긴 밤의 시간을 홀로 힘겹게 보내는 이가 있다면 꼭 이른 봄꽃들을 보기를. 이 겨울이 지나면 저 산의 생강나무에도 꽃이 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만 피어나는 봄꽃들을 기다리며 이 추위를 견딘다.
_「생강나무에도 곧 꽃이 필 거예요」
“아가베는 꽃을 피우고 죽어.” 아가베 곁에서 사진을 찍는 내게 한 원예가가 말했다. 그는 아직 피지도 않은 꽃대를 바라보며 죽음을 이야기했다. 모든 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아가베속 중에는 지니고 있던 탄수화물을 꽃을 피우는 데 다 써버리고 꽃이 진 후에는 아예 죽어버리는 종도 있다고 했다.
꽃을 피우는 잠깐의 순간을 위해 식물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끌어 쓰고, 이 많은 잎을 죽이는구나. 삶에서 꽃을 피우는 순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지만 오직 그 순간을 향해 몇 년, 몇십 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이 많은 죽은 잎을 만들어내는구나. 이것이 식물의 삶이구나 깨달았다.
_「죽은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