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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35969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11-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입양 신청
2장 어린 시절의 빛과 어둠
3장 가난한 서울살이
4장 새어머니의 집으로
5장 불가능해 보이는 꿈
6장 사랑과 자본주의
7장 34년 만에 만난 친어머니
8장 세 여자의 자궁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할머니가 이불을 내 어깨까지 덮어주며 말했다. “미희야, 저기 언덕의 나무를 생각해봐라. 따로 물 주고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저 혼자서 잘 자라잖니. 너도 그 나무처럼 잘 자랄 수 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졸려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 그 나무에게는 하늘에서 비춰주는 햇님이 있고, 비도 오잖아요. 저는 아무것도 없다고요. 내겐 아무도 오지 않아요. 암흑뿐이라고요. 나는 버려졌어요.”
엄마는 2년 후에 다시 온다고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늘 다음에 다음에 하고 말했지만 다음은 없었는데.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를 버리려고 한다. 나는 울면서 엄마 팔에 매달려 악을 쓴다. “싫어요! 엄마랑 살래요. 엄마랑 살 거예요. 앞으로 뭐 사달라고 안 할게요. 멜로디언 필요 없어요. 동생이랑 안 싸울게요.” 세상이 끝나는 것 같다. 컴컴한 절벽 아래로 내팽개쳐지는 것 같다.
어머니가 내게 지키도록 한 규칙, 귀가 시간 엄수, 어른에 대한 예의, 배려, 청결 등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서 시키는 건 아닐까 의심한다. 새엄마는 나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한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킨다. 네 식구가 사는 작은 방은 늘 청결하게 정돈되어 있고, 그녀는 일터에 지각하는 법이 없다. 나는 그녀에 비해 게으르고 더럽고 멍청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