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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영어영문학 > 영미문학
· ISBN : 9788968176128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8-03-30
책 소개
목차
서문
메리
마리아 : 여성의 고난
마틸다
작품 해설 I: 여성주의 소설의 원형
작품 해설 II: 고딕 소설을 넘어서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서문]
이 픽션의 여주인공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 필자는 일반적으로 묘사되어 온 기존의 여주인공과는 다른 인물을 만들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클라리사 같은 여인도, 그랜디슨 부인이나 소피 같은 여인도 아니다. 이들 여주인공을 본보기로 삼아 개작해서 만들어낸 여러 인물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화가들이 위대한 거장의 원작을 모사할 때, 본질로부터 얼마나 멀어지는지 말할 필요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 작가들은 전체적인 모습만 잡아낼 뿐이기에, 감추어진 이야기의 핵심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보는 사람을 매료하는 우아함이 발휘되어야 할 때, 제대로 모방해내지 못한 어설픈 흉내는 불쾌함만을 가져올 뿐이다.
그처럼 잘 쓴 작품만이 진정한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작가에게 몸을 내맡긴 우리 독자들을 작가의 영혼이 드러나는, 감추어진 샘물로 안내한다. 기쁨과 열의에 사로잡힌 작가들은 자신이 그려낸 장면 속에 살지, 남들이 걸어간 길을 밟지 않는다. 그들은 남들이 기대하는 꽃을 따는 것도, 정해진 원칙에 따라 화환을 만드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별히 선택받은 소수의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라도 남의 말을 그대로 메아리치듯 따라 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숭고한 빛이라도 그대로 반사하는 거울 노릇 역시 하지 않는다. 그들이 거니는 낙원은 직접 창조한 곳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곳은 곧 무기력해질 것이며,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원칙의 부재로 인해 다채로운 모습을 얻지 못해 시들어 죽어갈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는 생각할 줄 아는 여성이 지닌 사고력이 드러난다. 여성의 신체는 너무 약해 이처럼 고된 일을 할 수 없다고 여겨져 왔고, 경험도 이러한 주장이 옳다고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럴듯한 픽션 속에서는 생각할 줄 아는 여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부러 주장하지 않고도, 그런 여인을 등장시킬 수 있다. 남의 의견에 종속되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저마다 가진 본연의 근원에서 비롯한 사고력의 작용으로부터 존엄성을 얻은 여인이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