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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한국어/한문
· ISBN : 9788968176517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8-07-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01 기저형
1.1. 기저형이란 무엇인가?
1.2. 기저형과 관련된 문제
1.2.1. 추상성 논쟁
1.2.2. 기저형 설정의 조건
1.2.3. 단일 기저형과 복수 기저형
02 기저형의 형태와 교체의 해석
2.1. 교체란 무엇인가
2.1.1. 교체의 정의와 공시성.통시성
2.1.2. 교체의 유형
2.2. 기저형의 형태와 교체
03 어휘부와 어휘부 저장 정보
3.1. 어휘부
3.1.1. 심리 어휘부
3.1.2. 단순 어휘 저장소 또는 단어 형성부를 포함한 어휘 저장소
3.1.3. 어휘부의 구조
3.2. 어휘부 등재 항목
3.2.1. 이론적 흐름
3.2.2. 국어 형태론에서의 논쟁
3.3. 단어 형성의 두 방식과 어휘부 등재 기준
3.3.1. 단어 형성과 어휘부 등재 기준
3.3.2. 규칙론과 유추론 논쟁
3.4. 개별 어휘 항목에 저장되는 정보
3.4.1. 어휘부에 저장되는 정보들
3.4.2. 발음 정보의 저장과 음절화 유무
04 단어 내부 교체의 공시성 유무와 어휘부 저장 형태
4.1. 단일어 내부 교체의 공시성.통시성과 어휘부 저장 형태
4.1.1. 단일어 내부 교체의 공시성.통시성
4.1.2. 단일어 내부 교체와 어휘부 저장 형태
4.2. 복합어에서의 교체와 어휘부 저장 형태
4.2.1. 복합어 내부 교체의 공시성.통시성
4.2.2. 분석 능력과 교체의 공시성
05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
5.1. 복수 기저형 설명 방식의 문제
5.1.1. 암기 처리와 연산 처리의 어색한 조합
5.1.2. 실제적 사실과 기술의 불일치
5.1.3. 단순히 현상의 기술에만 그치는 한계
5.2.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
5.2.1.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에 대한 논의
5.2.2. 굴절형의 어휘부 등재를 보여주는 실제
5.2.2.1.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
5.2.2.2. 곡용형의 어휘부 등재
5.3. 불규칙적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 방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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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 저자서평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원고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은 한국학술연구재단과의 협약 조건이었던 300페이지 이상이라는 분량이 주는 압박감이 점점 커졌다. 또한 이 주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은 ‘내가 과연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소심함으로 변했다. 역시나 책을 한 권 쓴다는 일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젊은 시절에는 다작을 하시는 선생님들에 대해 일정 정도 비판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몇 번의 저서 작업을 하면서 다작은 일단 학문적 성실함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철없던 시절의 섣부른 비판을 반성한다. 원고 작업을 하는 동안 또 한 편의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을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여전히 내가 학문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가 왠지 쑥스럽고,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의문을 품었던 언어 현상에 대해 밝혀낸 게 과연 무엇인가 하는 회의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분발해야 하는 건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건지의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이다. 어찌 되었건 3년의 시간 동안 원고를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시원함보다는 모르는 게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아 답답함이 더 크다.
다시금 ‘안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맞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학원에 들어와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화두처럼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문구가, 공자가 자존심이 강해서 잘 모르면서 우기곤 하는 제자 자로를 염려해서 했던 말,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아는 것도 어렵거니와 정작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마저도 쉽지 않음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깨닫는다.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말을 하게 되면 결국은 우기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공부는 마지막까지 과정만 있고 끝은 없는 지난한 여정 같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진 지식에 대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은 기저형의 정의에 대해 다루었다. 추상성 논쟁, 기저형 설정의 조건, 그리고 단일 기저형과 복수 기저형 등 기저형과 관련된 이론적인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었다. 2장에서는 기저형의 형태와 교체의 정의에 대해 다루었다. 교체의 정의를 살펴본 후, 교체에 대한 해석이 기저형의 형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심층적으로 고찰하였다. 3장은 어휘부의 구조, 어휘부 등재 항목, 단어 형성 방법, 복합어의 어휘부 등재 유무에 대해 다루었다. 4장은 단어가 형성될 때 교체가 일어나는데, 그렇다면 어휘부에 저장되는 복합어는 교체가 적용된 형태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5장은 활용형의 어휘부 등재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었다.
이 책의 마지막 교정은 장인어른께서 해 주셨다. 국어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서 교정을 보시기가 무척 어려우셨을 텐데 신문사 교열 기자로 근무하셨던 경력을 십분 발휘하셔서 오탈자는 물론 문장까지도 꼼꼼하게 교정을 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출판의 가교 역할을 해 주신 조정흠 차장님, 그리고 편집하느라 고생하신 편집부 정지영 님, 출판사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음운론 전공 서적을 출판해 준 한국문화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01 기저형
1.1. 기저형이란 무엇인가?
기저형(underlying form)은 생성 음운론에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이다. 구조주의 형태론의 기본형(base form)과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본형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구조주의 형태론의 기본형은 기본적으로 형태소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형태소(morpheme)는 형태(morph)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형태소가 곧 기본형이다. 이형태(allomorph)는 형태소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형태들 중에서 형태소가 정해지고 나면, 형태소를 제외한 나머지 형태들을 이형태라고도 한다. 정의상 하나의 형태소와 이형태들은 서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1) ㄱ. [닥]
ㄴ. [달기]
ㄷ. [당만]
예컨대 (1ㄱ~ㄷ)에서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형태 ‘닥’, ‘닭’, ‘당’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세 형태 중에서 {닭}이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이다. 다시 말해 ‘닭’이 형태소이면서 기본형이다. ‘닥’과 ‘당’은 형태소 ‘닭’과 의미가 같으면서 상보적 분포 관계를 이루는 이형태들이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발화상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아닌, 실재하지 않는 형태가 기본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저형은 기본형과 달리 반드시 발화상에서 나타난 것 중 하나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구체 음운론에 이르면 기저형 역시 발화상에서 나타난 것 중 하나이어야만 한다는 제약을 가하기는 하지만, 원론적으로 기저형이 반드시 발화상에서 실재하는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기저형은 형태소이어야 한다는 제약도 특별히 없다. 형태소일 수도 있고, 형태소보다 큰 형태론적 단위가 기저형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구조주의 형태론의 기본형과 생성 음운론의 기저형은 차이가 있다.
기저형에 대응되는 개념이 표면형(surface form)인데, 기저형이 발화상에서 나타난 것 중 하나일 필요가 없다는 말은 곧 기저형이 표면형 중 하나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과 상통한다.
(2) ㄱ. [실따, 실꼬, 시르면, 시르니]
ㄴ. [알다, 알고, 알면, 아니]
(2ㄱ)에서 어간의 표면형을 [실-]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2ㄴ)의 [알-]과의 비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ㄴ)에서는 /ㄹ/ 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데, (2ㄱ)에서는 /ㄹ/ 뒤에서 경음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2ㄱ)과 (2ㄴ)의 어간 말음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2)의 어간의 기저형을 /???-/로 잡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기저형 /???-/은 표면에서 실현되지 않는 형태이다. 이처럼 기저형은 꼭 표면형 중의 하나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기저형을 형태소 또는 단어가 기저 층위에서 가지는 형태라고 한다면, 표면형은 형태소 또는 단어가 표면 층위에서 가지는 형태이다. 그러면 기저 층위와 표면 층위는 무엇이냐? 기저 층위는 언어 능력의 부분에 해당하고, 표면 층위는 언어 수행의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다시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생성 언어학에서는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tence)과 언어 수행(linguistic performance)이라는 두 차원을 구분한다.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은 일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개인의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이 일치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발화 상황, 발화 상태(부주의, 긴장, 초조, 불안 등),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언어 능력이 온전히 언어 수행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언어 능력: 모국어 화자가 자기 모국어에 대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언어 지식.
? 언어 수행: 언어 능력이 실제 발화로 구현된 결과.
형태소 또는 단어가 기저 층위에서 가지는 형태가 기저형이라고 하였으므로 기저형은 언어 능력에 해당한다. 그리고 형태소 또는 단어가 표면 층위에서 가지는 형태가 표면형이라고 하였으므로 표면형은 언어 수행에 해당한다. 즉 형태소 또는 단어가 언어 수행을 통해 물리적으로 실현되기 전의 형태가 기저형이고, 기저형이 언어 수행을 통해 물리적으로 실현된 결과물이 표면형이다.
생성 언어학의 언어 능력, 언어 수행은 각각 구조주의 언어학의 랑그, 파롤에 대응되는데, 그렇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랑그는 동일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 속에 내재화되어, 그들의 언어 행동을 지배하고 가능하게 하는 언어 규칙의 총체를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랑그는 구체적인 실재가 아니라 추상적 실재이며, 또한 사회적인 실재이다. 동일한 언어 공동체에 속한 개개인은 동일한 랑그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만일 다른 랑그를 가지고 있다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파롤은 랑그가 실제 발화를 통해 물리적으로 실현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파롤은 언어가 실현되는 의사소통 행위나 상황을 포함한 각 개개인의 발화 행위 그 자체이다. 그래서 파롤은 개인적이고 활동적이다. 파롤은 그 정의에 의해 어떠한 파롤도 절대로 동일할 수 없다. 예컨대 [나라]라는 발음을 할 때 사람마다 자음과 모음의 물리적인 위치가 같을 수 없으며, 높낮이나 억양, 길이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심지어 한 개인의 경우에도 발음을 할 때마다 그 발음의 물리적 특성은 다르게 실현된다.
파롤이 개인에 의해 실현된 발화라는 점에서 파롤과 언어 수행은 평행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랑그와 언어 능력은 평행하지 않다. 랑그는 언어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언어 규칙의 총체로서 이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실재이다. 반면 언어 능력은 개인의 언어 지식,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언어 규칙의 총체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실재이다. 그런데 이때의 개인은 일반적인 개개인이 아니라 이상적인 화?청자로서의 개인, 즉 대표화된 개인이다. 이처럼 생성 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 능력이 실재하는 각 개개인의 언어 능력이 아니라 이상적인 화?청자로 대표화된 개인의 언어 능력이라는 점에서 랑그와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다. 그럼에도 정의상 개인의 언어 능력이 곧 랑그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랑그와 언어 능력이 평행하다고 할 수 없다.
언어학자가 언어를 연구한다고 할 때 그 대상은 당연히 파롤이 아니라 랑그이다. 마찬가지로 언어학자가 궁극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은 언어 수행이 아니라 언어 능력이다. 하지만 랑그나 언어 능력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학자는 파롤을 통해서 랑그를, 언어 수행을 통해서 언어 능력을 연구하게 된다.
기저형과 표면형의 대응은 생성 언어학의 기본적이 개념인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의 대응과 평행하다. 즉 기저형이 화자의 언어 능력이라면 표면형은 화자의 언어 수행이다. 한 언어 공동체에서의 개인의 언어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한 한 개인의 언어 수행 역시 항상 자신의 언어 능력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상화된 화?청자, 즉 완벽한 언어 능력을 가진 화?청자를 상정하고, 이상화된 화?청자가 가진 언어 능력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언어 능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추상화된 실재이다.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이 일치하는 화자가 가장 이상적인 화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언어 상황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실제 발화 상황에서 언어 능력과 언어 수행이 일치되어 나타나기는 어렵다. 언어학자가 화자의 언어 능력을 직접 관찰할 수는 없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언어 수행이다. 그래서 언어 수행을 통해 언어 능력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언어 수행을 통해서 언어 능력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표면형을 통해서 기저형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 능력을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것처럼 기저형 역시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관찰 가능한 표면형을 통해서 기저형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저형은 표면형에 대응하여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설정된 것이다. 이렇게 설정된 기저형이 실재하는 음성형인 표면형과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기저형과 표면형이라는 두 층위의 설정, 다시 말해 설명의 층위를 기저 층위와 표면 층위로 이원화한 것은 생성 음운론에서 제안된 것으로, 구조주의 음운론과 생성 음운론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구조주의 음운론에서는 원론적으로 표면 층위에 해당하는 층위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주의 음운론에서 설정하고 있는 ‘형태음소 층위 ? 음소 층위 ? 음성 층위’의 세 층위는 표면 층위 내에서의 구분이다. 여기서 형태음소는 형태소를 구성하는 소리를 말한다.
기저 층위의 기저형은 체계 음소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물리적으로 실현되는 표면형에 대응되는 인식적 실재로서의 기저형이라는 개념의 설정은 생성 음운론에서 확립된 것으로 생성 음운론과 구조주의 음운론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이기도 하다. 구조주의 음운론과 생성 음운론의 이러한 차이를 도식화하여 나타내 보이면 (3)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