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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심리치료
· ISBN : 9788968178481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0-02-10
책 소개
목차
서문
병-앓이-돌봄의 역사와 철학 __ 강신익 (부산대)
시를 활용한 인문예술치료 __ 유건상 (강원대)
내러티브 활용 인문예술치료 __ 이민용 (강원대)
문학과 인문예술치료 __ 유강하 (강원대)
글쓰기를 활용한 인문치료 __ 정성미 (강원대)
철학상담의 본질과 방법 __ 이영의 (고려대)
철학상담 __ 김석수 (경북대)
불교의 인문치유 __ 양정연 (한림대)
연극치료의 이해 __ 박미리 (용인대)
영화활용 인문예술치료 __ 정락길 (강원대)
사진치료 __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정신분석 미술치료의 이론과 실제 __ 이수진 (아주대)
저자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요즘 테라피, 카운슬링, 힐링, 케어 등의 이름으로 치유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보면 어느 한 분야의 것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유의 각 분야에서 독자적인 이론과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영역의 이론과 방법론들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할 필요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문예술치료 교육에 활용할 만한 교재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온 결과물이자, 인문학과 관련 예술들을 치유적으로 통합하여 활용하려 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의료 인문학>, <시치료>, <이야기치료>, <문학치료>, <글쓰기치료>, <철학상담>, <불교의 인문치유>, <연극치료>, <영화치료>, <사진치료>, <미술치료>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넓은 의미의 인문정신이 공통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인문학과 예술을 통합하여 치유적으로 활용하려 한 첫 시도라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인문예술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핵심적으로 다룬 것으로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집필한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집필하는 점을 고려하여 체계적 통일성이나 완결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성과 스타일에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각 주제의 세부 목차들도 될 수 있으면 <역사와 배경>, <원리>, <특징>, <방법>, <적용의 예> 등의 순서로 일관성 있게 배치하고 각 내용이 채워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은 강원대학교 국립대학 육성사업비로 개발되었습니다. 지원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특히 함께 집필해주시고 애써주신 저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이 인문학과 예술의 치유적 활용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관련 인문예술치료학과나 인문치료학과에서 잘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밑바탕이 되어 인문예술치료의 이론과 방법론, 실제 적용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원대 인문예술치료 교재 출간위원회
병-앓이-돌봄의 역사와 철학
강신익 (부산대)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보다 역동적인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부자 나라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50년 남짓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나라의 주민에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한류 종주국의 주인이 되었다. 국민의 건강도 크게 증진되어 평균적으로 수명이 무척 긴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게도 되었다. 선진 산업국가가 수 세기에 걸쳐 이룬 성과를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압축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질병의 종류와 양상, 질병을 앓는 방식, 그리고 병을 앓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제 전염병 등 급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대신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많아졌고 심장병, 뇌졸중, 암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첨단의료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감당해야 할 질병의 신체적?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었다. 더군다나 그 기술들은 주로 사망 직전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므로 전체 국민의 건강증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의학은 전염병을 몰아내고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지금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병든 사람을 돌보아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질병과 맞서 싸우는 보건과 의료의 영웅적인 성공 신화에 익숙하다. 지난 세기의 역사에 비추어 이런 평가는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인구 구조와 질병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 지금 그런 투쟁과 승리의 이야기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질병도 변하고 병을 앓는 방식도 변하며 병을 앓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도 변한다. 질병은 자연 현상이고, 병 앓이는 그에 대한 인간적 대응이며, 돌봄은 병과 앓이에 대한 사회적 적응이다. 이 셋은 상호 독립일 수 없다. 병에 걸린 사람은 그것을 앓아내야만 하고 그러는 동안 주변 사람과 사회의 돌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의 역사는 병 앓이의 역사이고 돌봄의 역사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아무런 생물학적 효능이 없는 가짜 약을 먹고도 뚜렷한 증상의 개선을 보이는 플라시보 현상을 설명할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의료인류학자 호라시오 파브레가 주니어는, 질병(sickness)과 치유(healing)를 따로 떼어 분석해서는 진짜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질병은 풀어야 할 수학 문제처럼 주어지고 치유는 그 문제에 대한 풀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치유는 한 묶음으로 ‘진화’하는 생물-문화적(bio-cultural) 현상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병-앓이-돌봄의 구도는 질병이라는 생물 현상을 기준으로 하고 그것을 경험하는 치유의 문화를 앓이라는 인간적 차원과 돌봄이라는 사회적 차원으로 나눈 것이다. 이 세 차원은 상호 침투하면서 함께 진화한다. 이 글은 질병 치료의 역사를 병-앓이-돌봄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펼쳐지는 풍경을 그린 스케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셋은 상호 침투하지만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각각의 특징을 구분해 볼 수는 있다. 질병은 자연 현상이고 병 앓이는 그것을 경험하는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방식이며 돌봄은 질병 경험을 조직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그 각각의 역사를 질병의 자연사, 병 앓이의 문화사, 돌봄의 사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