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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그윽한 인생 모년

향기 그윽한 인생 모년

정영배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11-15
  |  
1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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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그윽한 인생 모년

책 정보

· 제목 : 향기 그윽한 인생 모년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8490620
· 쪽수 : 232쪽

책 소개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풀이하여 에세이로 쓴 글. 아무리 잘 살아도 인생은 힘든 여정(旅程)이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고 잠시 왔다가 간다. 그때그때의 틈새를 메꾸어주어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한다.

목차

서언 / 정 영배 _ 5

제1부 아쉬움을 남기고 세월은 흐른다
01. 작은 말 한 마디가 남의 급소를 찌른다 / 20
02. 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 / 24
03. 사슴을 가리키며 저것은 말이다 / 28
04. 큰 일에 목숨을 건다 / 32
05.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 / 36
06. 평민 신분으로 종군하여 싸움 / 40
07. 남의 잘못을 나의 거울로 삼음 / 45
08. 억센 바람이 억센 풀의 힘을 안다 / 50
09. 빠른 세월과 덧없는 인생 / 54
10. 세상 일에는 어둡기 그지없는 숙맥이다 / 58

제2부 빙의(憑依)는 무서운 마귀다
11. 사람의 마음처럼 변하기 쉬운 것은 없다 / 70
12. 여우가 부리는 호랑이의 위세 / 74
13. 서로 더 낫고 못함이 없는 위세 / 78
14. 남의 시체를 꺼내 목을 자름 / 82
15.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멀어도 안된다 / 86
16. 실력은 없이 허세로 떠벌림 / 90
17. 가당치 않는 말로 억지부림 / 94
18. 머뭇거리다 놓친다 / 98
19. 재앙은 홀로 오지 않는다 / 102
20.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리는 일 / 106

제3부 인생은 예술이다
21.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 116
22.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함 / 120
23. 세상은 온통 흐리고(나만 맑다) / 124
24. 형용(形容)이 좋은 방향으로 확 달라짐 / 128
25.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 / 133
26. 우물 안의 개구리격 / 137
27. 세상 일에 운명이 아닌 것이 없다 / 142
28. 병아리의 위대한 탄생 / 146
29. 오이밭에 발을 들여넣지 말아라 / 150
30. 무턱대고 남의 뜻을 좇지마라 / 154

제4부 이 세상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
31. 실컷 부려먹고 헌신짝처럼 버린다 / 166
32. 이를 갈며 속을 썩임 / 170
33. 하던 일에서 잠시의 여유를 찾음 / 174
34. 존경을 받고 싶으면 먼저 겸손하라 / 178
35.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라 / 182
36. 물이 차니 배가 뜬다 / 187
37. 평소 입조심하며 살아라 / 191
38. 못하는 바가 없이 위세를 부림 / 195
39. 서두르다간 뜻을 이루지 못함 / 199
40. 마지막 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함 / 203

제5부 구십춘광(九十春光)
41. 모난 돌이 정맞는다 / 213
42. 대칭적 균형(對稱的 均衡) / 217
43. 소망(所望) / 224

저자소개

정영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약력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 전 여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미국 브리감영대학교 연구교수 전 한국 영어영문학회 회원 여수대학교 교무처장 역임 여수대학교 학생처장 역임 여수대학교 학생생활지도 연구소장 역임 여수대학교 도서관장 역임 人間時代 학술 및 편집고문 文藝思潮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文藝思潮 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번역물 놋활 (The Bronze Bow) 붉은 조랑말 (The Red Pony) 수필집 晩秋閑想 아침이 오는 소리 인생 연가(人生戀歌) 회오(悔悟)의 향기 사랑의 현자(賢者)들 삶 속에 흐르는 행복의 메아리 바르게 산 자들이 누리는 幸福 향기 그윽한 인생 모년(暮年) 한 우공(遇公)이 전하는 세상 사는 이야기 여수지부 45년 사(황원(荒原)에서 피워 올린 아름다운 꽃) 삶 속에 흐르는 생명의 소리 눈 속에 봄을 기다리며 노을도 붉게 타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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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서문

그간 10여 권의 책을 냈다. 그 중 몇 권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양서(良書)로 선정되어 전국 각 도서관에 배포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독자도 꽤 많고, 그들로부터 책을 읽은 후감(後感)을 보내오기도 한다. 모두가 한결 같이 감독(甘讀)했노라고 하고, 어떤 분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극찬(極讚)을 보내오기도 한다.
내 글 속에는 한문 글귀가 꽤 많이 들어 있어서 읽기가 좀 힘들지만, 되레 그것이 더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간 소홀히 했던 한문 공부를 다시 하는 계기가 되었노라고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어려운 글귀는 그냥 넘기지 않고 사전을 들추어가며 읽게 되었노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한문 글귀를 풀이하여 에세이로 쓰는, 그야말로 참 이상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류(類)의 에세이를 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 자신이 남다르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상한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는, 평소 독자들로부터의 요청이 계속해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물리치지 못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하게 되었다. 사람이 자기의 분수를 저버리고 무엇인가를 잘해보려고 하다가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欲巧反拙) 혹시 내가 그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들이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류의 책을 몇 권 더 쓰고 싶지만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미국의 브리감 영 대학교에 ‘비교 종교학’을 강의하는 최 동설 교수님이 계신다. 그 많은 교수들 중에 유일한 한국인 교수로 세계적인 석학이시다. 내가 그 대학에서 잠시 체재할 때 알고 지냈던 분으로, 참 박학 다식(博學多識)하고 다정 다감한 분이시다. 나를 만날 때마다 자기 집에 가서 밥을 먹자고 했지만, 내가 미련하게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한 번도 밥은 얻어먹지 못했다.
작년(2012년) 여름에 미국에 갈 일이 생겨 그분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부재중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지고 갔던 책을 그곳 지인에게 맡기고 왔다. 그랬더니 오랜 후에야 그분에게 전달되어 읽게 되었노라고 했다. 그분이 그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보내온 서신의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
“2주간 서울에 머물다가 오늘(2013년 1월 4일) 학교에 돌아와 보니, ‘바르게 산 자들이 누리는 행복’이라는 책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하고 페이지마다 담겨 있는 귀중한 인생 체험과 교훈을 기똥차게 잘 쓰셔서, 장시간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날 하루 동안에 다 읽었습니다. 제 나이가 75세인데 하루 동안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깊은 감명을 받기는 평생 처음이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Nobel 문학상 수상자들을 뺨치는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이 훌륭하게 잘 쓰신 책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중략… 그래도 늦게나마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천만 다행이고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존경하는 세계 명저의 저자이신 정 교수님에게 심심한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이런 칭찬은 처음이고, 칭찬 중에서도 극찬(極讚)에 속하는 칭찬이다. 과찬(過讚) 정도는 견딜만하지만 이렇게 극찬을 해오면 몸 둘 바를 몰라 당황한다. 이런 극찬은 잘못하면 사람을 타락시킨다. 이럴 때일수록 경계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오만에 빠지면 그 후에는 글 다운 글을 쓰지 못한다. 설령 쓴다 해도 그런 글은 진실성이 결여되어 잘 읽히지 않는다. 최 교수님께서 지금껏 내가 쓴 책을 다 읽고 싶다고 하셨지만, 아직 보내드리지 못했다. 이 일이 끝나는 대로 꼭 보내드려야겠다.
책을 내는 것은 자기 표현의 행위이고, 자기가 낸 책을 자랑하는 것은 더 적극적인 자기 표현의 행위에 속한다. 최 교수님의 독후감을 독자 제현에게 내놓는 것도, 기실(其實)은 내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어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분의 글이 아무리 진실하다고는 해도, 나를 Nobel 문학상 수상자들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그 분이 그 수상자들을 비하(卑下)한 것은 결코 아니고, 남들보다는 내 글을 훨씬 더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 ×
아무리 잘 살아도 인생은 힘든 여정(旅程)이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고 잠시 왔다가 간다. 그렇게 잠시 왔다 가는 행복은 그때그때의 틈새를 메워주어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한다. 그렇게 누린 행복도 지내놓고 보면 이제는 무심한 가운데 잊혀지는 한 추억이 된다.
이 세상에는 나이는 많아도 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단순히 연령과 더불어 늙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늙었다 함은 마음이 늙었기 때문이요, 하는 일에 의욕과 흥미를 잃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일생 일사(一生一死)는 만고의 진리이고 지금까지 잘 산 것에 감사해야 한다. 조금만 더 살다가게 해달라고 애원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은 조금 더 살고 조금 덜 살다 갈뿐이다. 갈 때가 되면 추태부리지 말고 갈 준비를 해야 한다.
늙지 않으려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고, 흐르는 것은 그냥 흐르게 놔둬야 한다. 이 흐름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저항하는 것이 된다.
늙되 우아하게 늙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늙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은 훈향(薰香)이 은은히 흐르는 안식과 평화의 시간이어야 한다. 찌그러진 심벌의 파열음(破裂音)이 들려서는 안된다.
만족하며 살면 빈천(貧賤)에도 기쁨이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살면 부귀(富貴) 또한 근심이라고 하였다. 탐욕의 불에 사로잡히면 헤어나기 어렵고 그 불은 점점 더 커져서 나를 태우는 불꽃이 된다. 얻고 잃음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잃은 것을 베풀었다 생각하면 시은(施恩)이 크다 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 단단히 먹고 바르게 사는 것이 으뜸인 것이니, 부질없는 세상의 근심이나 번뇌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것에 잘못 매이면 뜻은 있어도 길은 점점 더 멀어진다.
세상의 일체는 마음 짓는 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 즉, 마음을 바르게 세워 살고, 늙는 것을 탄(歎)만 하며 살면 있는 힘도 빠져 더욱 힘들어진다.
현재보다 더 소중한 시간은 없다. 내일의 천자(天子)보다 오늘의 재상(宰相)이 더 낫다 하였다. 현재의 시간을 잃으면 모든 시간을 잃는다. 과거의 행적을 알고자 하면, 그 사람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알고,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자 해도 그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안다 하였다. 불로 장춘(不老長春)의 기세로 현재를 살면, 저녁노을은 더 붉고 아름답게 탈 것이다.
인생 모년의 향기는 그윽해서 애써 맡으려 하면 맡아지지 않아도, 무심한 가운데에 은은히 풍겨와 우리를 취하게 한다.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흐르지 못하지만, 노년의 향기는 큰 바람도 거슬러 흘러 멀리에까지 이른다.
선화(仙化)라는 말이 있다. 신선이 되어 건강하게 산다는 뜻으로, 노인이 병 없이 살다 가면 선화했다고 한다. 몸이 아프면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부귀 영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은 땀의 소산(所産)이라 하였는 즉, 땀 흘리지 않는 자에게 건강의 은전(恩典)은 없다. 갈 때 가는 것이야 만인이 가는 길이지만, 가는 날까지는 건강하게 살다 가야 한다.
너무 잘난 체 하지 말고 아는 것도 조금은 모르는 체 하고, 아랫사람의 잘못에 관용하고, 윗사람으로서 부끄럼 없이 살다 가야 한다. 인간 관계는 가까운 사람들 간의 관계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내요, 자식들이다. 아내에게 잘하고 자식들에게 잘하면 힘든 말년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옳은 것이 아니거든 행하지 말고, 바른 말이 아니거든 말하지 마라. 행하는 일에 어른의 품위를 세워서 행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이면 분별력이 없다 하여 모두가 돌아선다.
이 책을 읽되 끝까지 의미를 새겨서 잘 읽고, 어렵다 하여 주마 간산(走馬看山)하는 식으로 읽으면 안된다. 어려운 글귀는 사전을 찾아서 읽고, 그 뜻을 헤아려 읽으면 세상사는 의미가 더하여 질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글귀도 백 번을 읽으면 그 뜻이 살아난다 하였다.(讀書百篇意自見) 그냥 한 번 읽은 것만으로 책을 다 읽었다 하지마라. 마음이 맑으면 뜻이 높아지는 것이니(淸心高志), 책을 통해 마음 단련의 길을 찾아 살면 더 따사로운 황혼녘이 될 것이다.
내 무슨 큰 공명을 바라고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이 글 속에 내재된 옛 선인들의 생활과 사상을 공유하고자 한 것뿐이다. 마음을 단련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쉽게 행하여 얻은 일 중에 사랑받는 일은 거의 없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글들이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참 행복했다.
이 책을 내는 데에 전남대학교 정 숙현 선생, 김 해늘새롬과 그의 부모 김 창권 형제, 박 은경 자매 그리고 안 명자 내자에게 깊은 감사의 념을 표한다.


제1부 아쉬움을 남기고 세월은 흐른다

懲忿 窒慾
(징분질욕)
분함을 꾸짖고 욕심을 억제하라

뒤돌아보니 참 먼 길을 왔다. 그러나 그 긴 세월도 일순으로 흘러가 버린 것 같다. 그간 많은 일을 하며 살았지만 별로 내놓을 만한 것은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저 아쉬움뿐이다.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길을 잃지 않고 살았으니 참 다행 대복(多幸大福)이 아닐 수 없다.
고희(古稀)에 책을 내기도 어려운데, 고희에서 강산이 변하는 나이에 책을 냈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겨우 아쉬움을 면한 셈이다. 글 쓰는 일에 평생을 몰두하며 산 것도 아니고, 간간이 틈을 내서 쓴 것이 10여 권이나 된다. 글이 글 같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늙은이의 망령이라 비웃을 것이지만, 하늘이 정해준 길이라 생각하고 거역하지 않고 열심히 썼다.
세상이 어찌나 좋아졌는지 80세는 하수(下壽)이고, 100세는 중수(中壽)이고, 120세는 상수(上壽)라 하였다. 80세에 책을 내는 일이 어렵기는 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더 힘을 내어 살면 더 찬란한 인생 모년(暮年)이 될 것이다.
앞으로 힘을 잘 가다듬어 사는 데까지 살기로 한 이상, 늙기 싫다고 궁색한 소리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내 원래 책을 벗하여 살았으니 망정이지, 벼슬에나 뜻을 두고 살았더라면 세상의 탁류(濁流)에 휩쓸려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귀는 잘 들리고 눈도 침침하지 않으니, 머리에 난 백발쯤이야 여사(餘事)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상수까지는 40성상이 남아 있지만,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겠는가. 앞으로 불혹(不惑)의 나이를 더 산다고 큰 소리로 기함(氣陷)을 쳐도 인생은 한 낱의 수포(水泡)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으로 태어나 나비처럼 잠시 퍼덕이며 살다가 힘이 부치면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루하루가 이어져 한 해가 되고, 한 해가 이어져 인생이 된다. 인생을 살되, 다 알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사는가를 배우는 데는 전 생애를 통해 배워도 다 못 배우고 간다. 사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자는 뭐니 뭐니 해도 괴로움과 싸워 이기는 자다. 재미있기만을 바라는 자는 가장 재미없이 살고, 어려움 없이 살기를 바라는 자는 더 큰 어려움을 만나 살게 된다. 어려움은 늘 전진하는 자의 것이니, 어려움과 벗하여 살기를 배울 일이다.
글은 몸과 마음이 합하여 쓰이는 조화의 산물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적게 쓰라 하였거니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지 않고 내놓는 글은 산월(産月)이 못 차서 나온 미숙아(未熟兒)와도 같다.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거의 산고(産苦)에 가까운 고통을 겪으며 쓴다.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가도 다시 남편의 품 안에 기어들어 옥동자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 하룻밤의 짭짤한 천국행(天國行)을 버리지 못한 것이 만삭(滿朔)까지의 숱한 고통과 생명을 거는 산고를 치러야 한다.(未詳) 그렇게 해서 내놓은 글이 독자들의 입맛에 맞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는 독설(毒舌)의 세례(洗禮)를 받는다.
아무리 그래도 인생은 행(行)하여 즐기는 자의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행하여 즐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장을 담가 놓으면 구더기가 끼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은 담가야 한다. 좋은 교육이란 후회를 가르치는 것이라 하였거니와, 후회가 두렵다 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편하여 좋을 것이다. 편한 것만을 즐기다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반편이(半偏)가 된다.
글 쓰는 시간은 나에게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체력이 예 같지 않아서 그렇지, 그것만을 제외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 죽는 날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만, 앞날의 일이야 누가 알겠는가. 좋은 글이 안 나오면 그 다음의 글을 쓰면 된다.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니 힘들어도 그지없이 행복하다.
세월은 아무리 흘러도 끝이 없고, 세상의 소요(騷擾)나 인간의 애환(哀歡)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봄이 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을에 낙엽이 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벌 나비들이 날아들어 춤을 쳐도 아무 말이 없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쳐도 그냥 흐르기만 한다. 이 세상에 세월처럼 무정한 것은 없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영원히 흐를 뿐이다.
세월은 가도 아쉬움은 남아 흐른다. 미워하면 미움이 남아 나를 괴롭히고, 원망하면 원망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악하면 악으로 보상을 받고, 선하면 선으로 보상 받는다. 세월의 무정함은 탓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며 사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탐욕은 근심이요 두려움이다. 탐욕에서 근심이 생기고 두려움이 생긴다. 탐욕이 없으면 근심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마음 편히 사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미움과 탐욕을 내려놓으면 된다. 탈 없이 살고자 하면 물처럼 구름처럼 흐르기를 배워야 한다. 물은 막힌 곳이 없이 흐르고 막히면 넘쳐흐른다. 구름 또한 막힌 곳이 없이 흐르지만 막히면 감돌아 흐른다.
사람이 하는 일이 뜻한 대로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해놓고 나서야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좀 더 잘했더라면 이미 떠난 가족에게도 지금의 회한(悔恨)은 없을 것이고, 친구들과도 옛 교분을 유지하며 살 것이다.
영감을 주는 강의는 한 번도 하지 못하고 강의실을 떠났고, 사람 한 번 도와주지 못하고 나 사는 일에만 급급하며 살았다. 불의(不義) 앞에 분연(忿然)히 일어서야 하는데도 용기가 없어서 못했다.
적합하지 않는 자는 죽는다 하거니와 죽는 일은 꼭 늙은 자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 있으되 적합하지 않은 자는 죽고, 젊었다 해도 살 힘을 잃으면 죽는다. 지금껏 잘못 산 것이 아쉬워 옛 글귀에 숨은 뜻을 이 책에서 풀이하여 내놓게 되었다. 옛것이라 하여 버리지 말고, 옛 것 속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것을 귀감(龜鑑)삼아 살면 생활에 활력을 얻어 살 것이다.


01. 작은 말 한 마디가 남의 급소를 찌른다
촌철 살인(寸鐵殺人)

한 국어사전을 들추어봤더니, “촌철 살인이란 짤막한 경귀(驚句)로써 사람의 마음을 찔러 감동시키는 말이다.”라고 쓰여 있고, 또 다른 큰 사전에서는, “조그마한 무기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고, 또 간단한 말로도 남의 급소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비유적 표현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촌철(寸鐵)이란 작은 쇳조각을 말하고 살인(殺人)이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작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 감동을 주어 그 사람을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할 수도 있다.
한 차례의 짧은 경귀를 듣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서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부모나 스승의 말 한마디로 게으른 아들이 부지런한 아들이 되고, 취생 몽사(醉生夢死)로 세월을 탕진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로잡아 바르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평소 학업에 등한하던 학생이 경귀 한 마디로 정신을 차려 학업에 정진(精進)하여 대성(大成)을 거둔 경우도 많다.
내 연로(年老)한지라 건강에는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다. “건강은 땀의 소산(所産)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결코 건강할 수가 없다.”는 말을 어느 모임에서 인사말로 한 적이 있다. 짧은 말이지만 대단히 힘이 있고 정곡(正鵠)을 찌르는 말이다. 운동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지만, 그러나 꼭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요절(夭折)의 비운(悲運)을 겪는다.
“나는 젊었을 때 운동선수였으니까 늙어서는 운동을 안 해도 된다.” “나는 에베레스트산의 등반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으니 앞으로 몇 달 간은 운동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건강은 꾸준히 땀을 흘리는 자의 것이고, 땀을 흘리는 자만이 그 보응(報應)을 얻어 산다.
예부터 소식 다동(小食多動)이나 소승 다보(小乘多步)를 생활의 본으로 삼으라 하였다. 이런 말들은 평소 금과 옥조(金科玉條)로 삼아 살아야 할 말들이다. 언젠가 내 책에다 “움직이는 자는 살고 드러누워 있으면 죽는다.”라고 썼다. 내가 아는 분 중에 김 선호 교수라는 분이 계신다. 전화를 걸면 먼저 이 말부터 뇌이고 다음 말을 잇는다. 이 말을 금옥(金玉)처럼 소중히 여기며 사시는지라 지금껏 건강을 유지하며 살고 계신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촌철에 무심하지 않고 열심히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땀 흘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건강에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말년 건강을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다식(多食)과 건강은 동행하지 않는다.” “삼정승(三政丞) 부러워 말고 내 몸 튼튼히 하라.” “예방의 1온스는 치료의 1파운드에 맞먹는다.”는 등 참 좋은 경귀들이 많다.
건강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고 마음의 문제가 더 크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 또한 무너진다. 마음속에 움트는 나쁜 정념(情念)을 경계해야 한다. 작은 이익을 위하여 건강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암은 사랑받지 못한 세포의 반란이다.”라는 말이 있다. 줄담배 피우기를 일삼으면 몸의 모든 세포가 견디어내지 못한다. 독한 술이나, 마약 같은 것이 몸속으로 계속 들어오면 몸의 세포는 견디어내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언젠가 내가 이런 인사말을 한 적이 있다. 다른 말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고, 다음 말만이 기억에 역연히 남아 있다.
“인생 말년은 축복이 아니고 고통이다. 인간 관계는 가까운 사람들 간의 관계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내요 자식들이다. 아내에게 잘하고 자식들에게 잘해야 한다. 말년에 마음이 편하면 힘든 말년도 살만한 말년이 된다. 옛말에 부부 유별(夫婦有別)하고 부자유친(父子有親)하라 했다. 아내는 나와 독립된 인격체이니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아내는 나를 위해서 들어온 사람이니 함부로 부려 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 큰일이 일어난다. 요즘 같은 모진 세상에 그런 영감하고 같이 살 여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밥도 못 얻어먹고 쪽박을 차는 신세가 된다. 쓰라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거든 평소 잘해야 한다.”
“여자는 꽃이니 혼자 놔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사내놈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경귀다. 그렇다 해서 너무 쥐어짜다간 서로가 불편해진다. 기왕 맺은 인연이니 서로 믿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면 되레 편하여 좋을 것이다.
“20대는 공부에 미쳐라.” “30~40대는 일에 미쳐라.” 등은 일 중독에 걸리게 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일하다 돌연사했다 하면, 일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나 불안, 공포 같은 것이 원인이 되어 죽은 것일 것이다. 공부나 일에 미쳐 살면 되레 그 속에서 기쁨과 평안을 얻어, 사는 재미를 더 느끼며 산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았느냐가 곧 노년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짧다고 하여 소홀히 하기엔 너무 귀한 말들이다. 그냥 흘려버렸다간 노년의 어려움을 견디어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왕 내친 김에 몇 가지만 더 말하고 마칠까 한다. “빚 얻으면 걱정을 얻는다.”는 말이나, “부채는 자유인을 노예로 만든다.”는 말도 우리를 크게 경각(警覺)케 하는 말들이다. 불로 소득(不勞所得)으로 무위 도식(無爲徒食)을 꾀하다간 말년에 밥을 걱정해야 하는 불운에 빠진다.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不狂不及) 하였으니, 햇볕이 쨍쨍할 때 땀흘려 건초를 말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일언 삼사(一言三思)라 하였으니 한 번 말할 때 세 번은 생각해야 한다. 입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舌是斬身刀) 하였으니 언행에 신중하지 못하다간 대화(大禍)를 입는다. 혀는 강철은 아니나 사람을 벤다.(The tongue is not steel, yet cuts it.) 작은 말 한 마디가(寸鐵)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우리를 경각케 하는 경귀들이 많지만 여기에 다 매거(枚擧)할 수가 없다. 그런 경귀들이 짧다 하여 소홀히 할 일이 결코 아니고, 늘 귀감삼아 살면 생활에 큰 지혜가 될 것이다.


02. 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낸다
수적 석천(水滴石穿)

수적이란 물방울을 말하고, 석천이란 돌을 뚫는 것을 말한다. 작은 물방울이라도 떨어지기를 계속하면 돌처럼 강한 것도 구멍을 낸다는 뜻이다.
세월이 흐르면 풍화 작용(風化作用)에도 돌은 부서지고, 쇠도 녹이 슬어 부서진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죽어서 한 줌 부토(腐土)로 돌아가 소멸된다.
큰 비가 내리면 산이나 집을 밀고, 질풍 노도(疾風怒濤)가 거세면 방파제를 민다. 그러나 큰물 만이 힘이 센 것은 아니다.
물은 타협의 왕자다. 방해물이 없으면 계속 흐르지만, 앞에 둑과 같은 장해물이 있으면 그 흐름을 멈춘다. 그러다가 둑이 차면 그 둑을 넘어 흐름을 계속한다. 물은 그릇이 작으면 작은 그릇에 담기고, 그릇이 크면 큰 그릇에 담긴다. 그릇이 둥글면 둥글게 담기고, 그릇에 모가 나 있으면 모난 대로 담긴다. 어느 용기(容器)에 담겨도 용기대로 형상을 유지하니 그것이 곧 물의 신묘(神妙)함이요 만능적 기능이다.
바닷가 조약돌이 원래부터 둥근 것은 아니다. 수천 년을 하루같이 파도가 깎고 다듬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하루아침에 장인(匠人)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통해 각고(刻苦)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땀 흘리지 않고 대가(大家)의 반열(班列)에 오르는 자는 없다. 땀과 혼(魂)으로 빚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만대(萬代)를 초월하는 불후(不朽)의 것이 되지 못한다.
절차 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다. 학문을 하던, 덕을 쌓던, 긴 세월을 두고 갈고 다듬어야 빛나는 것이 된다. 옥돌이 아무리 좋은 돌이라도 갈고 다듬지 않으면 그 본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갈고 또 갈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빛나는 것이 된다. 옥이 지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갈고 다듬지 않으면 좋은 그릇이 될 수가 없다.(玉不琢 不成器)

옛시조를 한 수 읊고 가자.

구름 빛이 조타하나 검기를 자로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尹善道 五友歌)

구름 빛은 검기를 자주 하고, 바람 소리는 그치기를 자주 한다.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내는 것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晝夜不辭) 흐르기 때문이다.
야생마(野生馬)가 하루아침에 순치(馴致)되는 것은 아니고, 탕아(蕩兒)가 하루아침에 좋은 아들로 순화(醇化)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눈물과 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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