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8802201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5-12-29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시인의 생태 감수성이 세상을 구한다”
책을 펴내며/ 멈추지 않고 길을 찾아 가는 사람들과 함께
| 1부 |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한 발짝 더 나은 길로
선생님을 가르치는 선생님
사람 옆에서 사람으로 살아야지
말만 그럴듯하고 행동이 일치되지 않으면
못난이 철학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청년 농부 서와
길 위에 서서
다섯 가지 깨달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시가 노래가 되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희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벽이 아무리 높다 해도
노래하고 춤추며
선택은 네 몫이 아니라 내 몫이라
마지막 강의
가장 잘 선택한 일은
마지막 소원
| 2부 | 사람이 곧 하늘이라
봄이 오는 소리
스승의 날에
119보다 빠른 이웃사촌
콩밭에서 부르는 노래
녹두 한 알 속에 든 우주
사람이 곧 하늘이라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스승
산골 마을 자랑거리
책에서보다 자연에서
사람 농사
그 손님 덕으로
몸으로 배운 대로 살고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팔순 잔치에 보낸 선물
귀한 보물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라
잊지 않겠습니다
못생긴 감자만 남아
찜질방 가는 날
| 3부 | 세상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산골 마을 겨울 풍경
남자라는 이름으로
드디어 봄이 왔다
귀한 거 본다야
먹고 사는 일
새처럼 자유롭게
고맙고 신나는 일이다
농부 한 사람 살리려면
우짜모 좋노
10월이다
양파는 기억할 것이다
그 눈물이 있어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서로 사랑하고 꿈꾸지 않으면
스승님 말씀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아이들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세상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
아버지, 요즘 무슨 일 하세요?
딱 한 가지
가만히 아이들 이름 불러 본다
명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 4부 | 마지막 유언
부치지 않은 편지
58년 개띠가 70년 개띠에게
어느 봄날 저녁에
여기는 모두 진짜잖아요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한 식구
오랜만에 비가 그쳤다
아름다운 유산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기적은 여기서부터
스승님 뒤를 따라
밥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봄이 와서 참 좋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부자가 되면 안 되는 까닭 1
부자가 되면 안 되는 까닭 2
권정생 선생님께
삶을 빛나게 하는 고마운 벗
지구를 살리는 영웅
이게 사는 맛이지 싶다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고
농부 10계명
마지막 유언
저자소개
책속에서
농부는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부지런히 농사짓는 것도 소중하지만 농사일을 좋아해야 하고, 즐길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과 모든 생명들과 어울려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 농부지요. 농부는 자연 앞에 머리 숙이고 자연 순리대로 살아갑니다. 어진 농부는 돈을 벌려고 사람과 자연을 병들게 하는 독한 농약을 논밭에 함부로 뿌리거나, 집짐승들을 좁고 더러운 우리 안에 가두어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부를 ‘오래된 미래’라 하고,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가장 훌륭한 ‘성직’이라 합니다. 젊은 부부는 30대에 그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는데, 나는 40대에 겨우 깨달아 농부가 되었습니다. 늦게라도 깨달아 다행입니다. 사람 옆에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 1부 -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사람 옆에서 사람으로 살아야지〉
첫 번째 깨달음은, 내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살 때는 단 한 번도 내 몸에서 사람 냄새를 맡지 못했습니다. (……) 산밭에 잡곡을 심으려고 괭이로 두둑을 만들 때마다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비 오듯이 흐릅니다. 그 땀 냄새가 바로 사람 냄새라는 걸 농부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만일 제가 농부가 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사람 냄새 한번 맡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두 번째 깨달음은, 들녘에서 농사일을 할 때는 쓸데없는 욕심과 잡념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랑 갈고 씨 뿌리고 김맬 때는 내가 저절로 착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농사일은 나를 착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졌습니다.
세 번째 깨달음은, 직업 가운데 농부들이 죽음을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사철이 바뀌고 들녘에 꽃이 피고 지는 걸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네 번째 깨달음은, 사람은 돈과 권력과 명예 따위에 기대어 사는 게 아니라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산다는 것입니다. 밥 한 숟가락 먹으면 살고, 먹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감기 몸살로 밥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꼼짝 못 하고 끙끙 앓고는 그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다섯 번째 깨달음은, 따라 살고 싶은 스승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평생 명함 한 장 만들지 않고, 외국 여행 한번 다녀오지 않고, 하느님이니 부처님이니 환경운동이니 생명운동이니 떠벌리지 않고,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 순리에 따라 검소한 삶을 살아오신 마을 어르신들이 바로 따라 살고 싶은 스승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자연이 베풀어 준 은혜를 알고 그래서 정이 흘러넘치는 산골 어르신들 말씀을 듣다 보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 1부 -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다섯 가지 깨달음〉
죽고 사는 게 어찌 사람 마음대로 되랴마는, 마을 어르신들 말씀처럼 잠결에 곱게 죽고 싶습니다. 아니면 아내와 아침밥을 먹고 난 뒤, 혼자 산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 죽고 싶습니다. 아내가 점심 밥상을 차려 놓고 때가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한마디 하겠지요. “우리 남편이 점심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산밭에서 일하다 흙이 되었구나.” 아니면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한테 들려줄 시를 쓰다가 연필을 잡은 채 죽고 싶습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는 나지막이 말하겠지요. “우리 남편이 시를 쓰다가 시가 되어 떠났구나.” 아니면 하루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 죽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한마디 하겠지요. “우리 정홍이, 세상 걱정거리 혼자 다 짊어지고 사는 것 같더니, 이제야 걱정거리 내려놓고 편안하게 잘 갔네그려.” 아니면 우리 집 처마 아래 쪼그리고 앉아 활짝 핀 채송화를 바라보다가 죽고 싶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이라지만, 마지막 소원은 꼭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1부 - 오늘처럼 살맛 나는 날은 처음이오, 〈마지막 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