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8970160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4-11-07
책 소개
목차
1. 그 여자, 민경
2. 그 남자, 준구
3. 그의 아내, 정숙
4. 뜻밖의 제안
5. 향숙과 민경
6. 준구와의 만남
7. 나쁜 남자, 근수
8. 달라진 두 사람
9. 불안한 평온 1
10. 준구의 마음
11. 불안한 평온 2
12. 작가와 모델
13. 망가진 조각들
14. 마지막 선물
원작 시나리오
책속에서
생기라고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는 준구의 눈은 공허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파 정숙은 얼른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를 켰다.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잃은 채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준구의 얼굴을 보는 것은 정숙에게도 고통이었다.
불을 끈 후에도 방을 나가지 않은 채 모기장을 만지작거리던 정숙은 준구의 초췌한 얼굴을 흘끗거리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제가 찾았다는 그 모델 있잖아요.”
“그 얘기는 이미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준구는 서늘한 표정으로 정숙의 말을 매정하게 잘랐다.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는 아픔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폐인이 된 자신을 돌보게 하는 것은 정숙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그러지 말고 한 번…….”
하지만 정숙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준구는 이부자리 위에 누운 채 팔로 눈을 가렸다. 더 이상 정숙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숙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 보기만 해봐요. 네? 며칠 내로 데려올게요.”
자신을 달래듯 애원하는 정숙의 목소리를 들으며 준구는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일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이런 마음을 들키기 싫어 준구는 아예 정숙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웠다.
“보고 아니면,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참 동안이나 준구의 야윈 등을 보고 있던 정숙이 오랜 침묵 끝에 방을 나가기 전 작게 속삭였다. 준구는 못 들은 척 두 눈을 감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준구는 감았던 눈을 떴다. 정숙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