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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1101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4-08-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7
1. 그와 그녀 029
2. 끈질긴 구애 067
3. 길들이기 105
4. 보면 볼수록 131
5. 좀 더 가까이 159
6. 줄다리기 191
7. 우리 사랑할까요. 225
8. 위험한 덫 277
9. 진심이 통하다. 305
10. 사랑이 빛을 발하다 337
11. 행복은 가까이 369
에필로그 387
두 사람의 못 다한 이야기 403
작가 후기 420
저자소개
책속에서
처음 남자와 대면을 했을 때부터 윤서는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상태였다. 스물다섯 해를 살면서 이런 남자는 처음 본다. 키가 큰 남자는 여럿 봤다. 잘 생긴 남자도 여럿 봤다. 몸 짱? 그것도 물론 이다. 윤서의 정신을 놓아버리게 한 건 이 알 수 없는 남자의 헤어스타일, 헉, 머리 길이가 대충 어림잡아도 허리쯤은 올 것 같다. 이렇게 머리 긴 연예인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기른 걸까? 나도 저 정도 기르려면 몇 년은 족히 걸리고, 그것뿐인가? 중간에 포기하고 매번 자르기 일쑤. 거기다 곱게 땋기까지 했다. 하하, 문제는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혹, 여자가 아닐까.’
잠깐 의심도 해보았으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의심은 바로 깨져버렸다. 낮은 목소리를 쫙 깔더니 카리스마 있게 ‘최윤서 씨’라고 했을 때 이미 반은 그에게 매료가 되어 버린 게 사실이다. 키는 또 얼마나 큰가. 180cm는 족히 넘을 것 같고 몸에 군살이라고는 제로다. 살짝 엿보니 탄탄한 근육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얼굴은 반반하니 여자 꽤나 울렸을 것이 분명하다. 정말 어디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
‘이름이 김이현? 이름도 완전 멋지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당연 남자가 얘기하는 건 하나도 못 듣고 맨 마지막 멘트, ‘출근하세요.’ 그 말만 들었다. 윤서의 대답은 ‘예스’이었으나 적잖이 걱정이 되는 것도 부인 할 수 없었다. 그가 중요한 얘기라도 한 것 같은 생각에 다시 물어볼까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행여나 그의 심기를 건드려 채용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엄두도 못 냈다.
“내일 10시까지 와요. 다른 곳 보다 늦게 출근하는 건 아시겠죠? 당연 지각하면 징계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그럼 내일 만납시다.”
윤서는 찜찜한 마음과는 별개로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 가며 속으로 ‘아자’를 불러대었다.
그녀는 곧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그 모습을 이현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눈 속에 꼭꼭 담아 두었다.
“윤서라……. 걸려들었네. 후후.”
이현은 처음엔 나지막하게 웃더니 이내 배꼽 빠지도록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는 윤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반쯤 눈이 풀린 채,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보느냐고 눈동자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책상에 놓여 있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눈에 꼭꼭 담아두는 모습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그녀가 자의든 타의든 자신을 관찰할 때 그 역시도 윤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빠져버려도 문젠데, 적당히 할까? 아니, 그러기엔 너무 매력적이란 말이지. 콩알만 한 게 은근히 귀엽단 말이야. 후후.’
대한민국을 통틀어 이런 바람둥이는 없을 것이다. 결혼도 한번 실패한 놈 치곤 너무 떳떳하다. 여자들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가지고 놀다 버리기 일쑤, 그것도 모자라 여자들은 하나같이 죽고 못 산다고 매달린다.
떼어낼 때마다 돈이 수억 깨지지만 이현은 끝내지 못하고 다시 한 여자, 윤서를 장난감으로 정했다. 그날 클럽에서 생각해냈던 비상한 아이디어가 어렵지 않게 성사가 된 것이다. 다른 복은 없어도 여자가 끊이지 않는 복은 타고난 듯했다.
이번 상대는 너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 이현은 재미난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를 가지고 놀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몸이 근질거린다.
윤서는 이현이 만나 본 여자 중에 가장 특별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구인광고는 말 그대로 ‘내 심심풀이 장난감 구합니다.’이었지만 그것을 사람들이 알 리 없었다. 그렇게 해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면접을 보러 왔었지만 이현은 거두절미하고 면접도 보지 않은 채 단번에 문전박대로 쫓아버렸다.
쫓겨난 여자 중엔 윤서보다 미인인 여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7번째로 윤서가 왔을 때는 말한 대로 약간 멍청한 것 같으면서도, 청순한 면도 있었고, 또 확 끌리는 매력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어딘가 모르게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적당한 키에 귀여운 외모. 수수하게 차려 입은 옷차림이 신비스럽다고 해야 할까. 한 번도 그런 상대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 그로선 윤서가 무척이나 호기심 가득한 여자로 다가왔다. 그래서 졸지에 ‘당첨’이 된 것이다.
천하의 나쁜 놈, 때려 밟아도 시원찮은 놈, 혼인 빙자 간음죄로 철창에 갇혀 본 것도 수차례, 배경만 없었다면 무기징역 감인데……. 이현 자신도 알고 있는 바.
이미 집안에서도 내놓은 상태였다. 바닥까지 가본 그는 이제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는지 알고 싶지도 않거니와 이현은 그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은 나쁜 놈 소리를 들을 만큼 못된 놈이니까 욕이라도 실컷 먹고 싶어서 이 짓을 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랄까.
가만있음 욕해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게 해야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는 멈추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을 더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늪이었다. 잠시 한숨을 내쉬던 이현의 굳은 얼굴이 이내 담담하게 변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