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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173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12-2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7
1화 뜻밖의 만남 017
2화 오래된 기억 061
3화 자꾸만, 점점 더, 가까워지는. 117
4화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175
5화 오직 서로 뿐. 219
6화 무너져 내리는. 263
7화 아직, 끝나지 않은 밤 315
에필로그 1 어쩌면 이렇게 잘 맞는지. 347
에필로그 2 임신시키기 대작전 365
작가후기 383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진의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소진은 선우를 놓았던 제 마음을 아직 용서하지 못했고, 자신을 두고 떠난 선우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으므로. 소진은 한참 더 하늘과 땅과 바람과 바다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날, 소진은 선우에게 보낼 마지막 편지를 썼다.
선우.
이 편지는 내가 길에서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편지가 될거야. 왜냐면 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거든. 벌써 한국행 비행기티켓도 사두었어. 네가 없어서 한국을 떠나왔는데, 여전히 네가 없을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정을 한건, 이제 김소진이 박선우 찾기를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지. 어떻게 널 찾을 거냐고? 다 생각해둔 바가 있어. 난부치지 못했던, 주인을 만나지 못한 편지를 책으로 만들 거야. 책 제목도 벌써 정해놨지. <발송 중입니다> 맘에 들어? 널 향해 쌓아둔 나의 편지가 세상을 돌아 선우, 너의 손에 닿을 때까지 난 계속 발송중일 거야. 그리고 그 편지가 발송 완료되는 날, 그렇게 박선우와 김소진이 만나는 그 날, 나는 꼭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나는 이번 생에서 널 원해. 다음 생에서 널 다시 만날지 어떨지는 이번 생을 너와 함께 해보고, 그 다음에 고민할거야. 그러니 박선우, 다음 생도 나와 함께 하고 싶다면 이번 생에서 내 앞에 나타나 줘. 바로 지금.
그리고 소진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소진의 길었던 여행이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제 영혼의 안식처, 박선우라는 둥지에 닿기 위해.
며칠 전, 한밤의 해프닝으로 선우는 소진에 대한 제 마음을 확실히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전까지는 바로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소진을 찾을 수 없었다. 소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면서도,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 있을까 봐,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 소진을 찾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한밤의 해프닝으로 이제 선우는 모든 두려움을 버렸다. 어떤 현실이 닥친다 해도 우선은 소진을 찾아보아야 했다. 후회와 걱정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 이만큼 늦은 것도 뼈가 시리므로.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선우는 현재 소진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왜 소진이 제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쉽게 풀렸다. 칠 년 전 이 나라를 떠났다는 소진이 왜 그러했는지 짐작이 갔고, 그래서 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게다가 돈만 들이면 이렇게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제야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자신을 바라보며 잠시 허탈하기도 했다.
이제 망설일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칠 년 전에 돌아가셨다 하였으니 뵐 수 없을 것이고, 소진의 어머니를 마주치게 되겠지만, 그도 상관없었다. 이젠 소진의 어머니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선우를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선우는 이 사회 내에서 확고한 입지와 명예를 획득했고, 부를 축적했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반대하신다면, 그것도 이젠 상관없었다.
그 무엇도 다시는 자신에게서 소진을 떼어놓을 수 없을 테니까.
죽으면 죽었지, 절대!
‘도착’의 표시가 전광판에 들어온 이후부터 선우는 단 한 순간도 입국 게이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려서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꾸만 목이 타는 것 같아서 마른침을 여러 번 삼키기도 했지만, 선우의 시선은 조금의 게으름도 부리지 않고 열리는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소진이 오는 걸까. 저 문이 열리고 소진이 나타날까. 이게 혹시 잔인한 꿈은 아닌 걸까. 그 못 미더운 탐정이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를 준 거면 어떻게 하지. 온갖 생각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심장은 보글보글 졸아드는 것 같고 불안과 흥분과 초조, 기대, 설렘…… 수많은 감정이 엉켜서 선우는 지금 제 마음 상태가 어떤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하나.
김소진을 보고 싶다.
김소진을 만나야 한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그 남자에게 눈을 멈춘 채 움직이지 못하는 소진 사이에.
갑자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소거되고, 공기가 움직임을 멈췄다. 게다가 멈춘 공기가 갑자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소진의 온몸을 빠듯하게 죄어든다. 이건 뭐지? 꿈을 꾸나?
사무친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리워했고, 수없이 많은 환영 속에 웃고 울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 돌아왔고, 다시 사랑하리라고, 아니 더 사랑하리라고 다짐도 했다. 그래서 지금 이런 환상을 보는 건가?
그런데…… 멈췄던 공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시에 사라졌던 소리들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진이 깜빡인 눈동자에서 한 줄기의 물기가 똑 떨어진 그 순간부터. 그러고도 두 사람은 가만히 멈춰 있었다. 서로의 사이에 대여섯 걸음쯤의 거리를 두고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를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지만, 두 사람은 서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것도 공항에서, 한국 땅을 딱 한 걸음 밟은 이 순간에 그가 내 눈앞에 서 있다는 건, 이건 너무……. 꿈이라 해도 잔인하고, 환상이라고 해도 잔혹하다. 사실이었으면, 현실이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소진의 귓가에 짧은 한마디가 들려온다.
“이리 와.”
소진이 다시 눈을 크게 떴다. 제 앞에서 한 손을 내밀며 저를 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이 울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정말 들은 걸까? 저 한 손을 내민 남자가 분명 나를 향해 말한 게 맞는 걸까?
“내게로 와. 어서.”
다른 한 손마저 내밀며 남자가 다시 소진을 재촉한 그 순간, 다시 소진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소진은 카터의 손잡이를 놓았다. 소진이 남자를 향해 뛰어왔다. 순식간에 소진의 몸이 남자의 몸에 쓰러지듯 안겨들었지만, 남자는 튼튼하게 소진을 지탱하며 단단하게 소진의 몸을 제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소진이 파묻히듯 안겼고, 남자는 그런 소진을 제 품에 가두듯 꽉 안았다. 일 초쯤 뒤, 남자의 품속에서 잠긴 듯한 소진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제야 숨을 멈추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도 뜨거운 숨이 쏟아져 나왔다. 남자는 제 품 안에서 어깨를 떨며 우는 여자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었다.
“고마워. 사랑해. 고마워. 사랑해.”
이 두 단어만을 끊임없이 속삭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