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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0121819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5-10-20
책 소개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하루키의 기발한 상상력에 미즈마루의 맛깔난 삽화가 어우러진
초현실주의적 초단편소설 모음집
무라카미 하루키의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상황 설정, 독특한 여운을 남기는 문체에 안자이 미즈마루의 엉뚱하고도 매력 넘치는 삽화가 만났다. 영상 세대인 현대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37편의 글을 묶어낸 초단편소설집.
이 책에 수록된 초단편들은 원래 잡지의 광고 시리즈로 쓰인 것들이다. 하루키는 제1부에 수록된 작품들은 ‘J. 프레스’ 사의 양복 광고, 제2부는 ‘파카 만년필’ 광고를 위해 썼다. 그러나 제품 광고라는 실용적 목적에 아랑곳없이 하루키가 마음 가는 대로 이야기를 쓰고, 안자이 미즈마루 역시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개성적인 예술 세계를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
“나는 사실, 이 정도 길이의 짧은 스토리를 즐겨 씁니다. 물론 긴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일이지만, 틈틈이 이렇게 짧고 재미있고 펑키한 이야기를 쓰다 보면,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집니다. 일이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까운지도 모르죠.”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서문’에서
“하루키 씨의 초현실주의적인 단편소설은 정말 즐거웠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요술 상자를 여는 것 같아 늘 가슴이 두근두근하곤 했다. 두근두근하고, 조금 웃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고, 그러고 나서 마음속의 영상 스위치를 누르고, 그림에 착수했다.”
―안자이 미즈마루, ‘후기, 둘’에서
퍽퍽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적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백일몽과도 같은 상상계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스케치해내는 하루키의 문체는 초단편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트럼프」에서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밤마다 집 주변에 출몰하는 바다거북이 진정 원한 것은 그저 다 같이 둘러앉아 트럼프 한 번 제대로 쳐보는 것이다. 「신문」에서 지하철 긴자선에 출몰하는 큰 원숭이는 주인공 앞에 나타나 승객이 읽는 신문의 글자 좌우를 바꿔버린다. 「스패너」에서 마유미는 성추행을 시도하는 남자들을 스패너로 가차 없이 응징한다. “이 세상에는 쇄골이 부러져도 싼 녀석들이 많다니까.” 「말이 표를 파는 세계」에서 아버지는 갑자기 말로 변해버리고, 「무즙」에서 낙타 사나이(『양을 쫓는 모험』의 양 사나이를 연상시키는)는 사모님을 집적거렸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주인공을 고문한다. 주인공은 그저 사모님 시중을 들며 무즙 먹을 생각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한편 이렇듯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유희 속에서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넌지시 꼬집기도 한다. 「도넛화」에서 도넛화한 애인은 주인공에게 말한다. “우리 인간 존재의 중심은 무예요. 아무것도 없는 제로라고요. 왜 당신은 그 공백을 똑바로 직시하려 하지 않죠?”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은 가슴이 텅 빈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메타포다. 또 「방콕 서프라이즈」에서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 여성은 방콕 여행에서 겪었던 “굉장한 일”을 누구라도 좋으니 얘기 나누고 싶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
『밤의 거미원숭이』는 하루키 특유의 환상성이 돋보이는 상상력의 원천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각각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하루키 소설 속의 환상적 요소들, 즉 샌더스 대령이라든지 ‘입구의 돌’이라든지 양 사나이, 개구리 군, 교정원이자 귀 모델이자 콜걸인 여자 등이 이런 유희적 상상력에서 창조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거기에 하루키의 오랜 파트너인 안자이 미즈마루의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그림들이 곁들여졌으니, 하루키의 팬이라면 절대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소장 가치가 충분한 초단편 컬렉션이다.
목차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
『밤의 거미원숭이』를 위한 서문
1부
호른
연필깎이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타임머신
크로켓
트럼프
신문
도넛화
안티테제
장어
다카야마 노리코 씨와 나의 성욕
문어
무시쿠보 노인의 습격
스패너
도넛, 다시
2부
밤의 거미원숭이
아주 오래전 고쿠분지에 있었던 재즈 카페를 위한 광고
말이 표를 파는 세계
방콕 서프라이즈
맥주
속담
구조주의
무즙
자동응답전화기
스타킹
우유
굿 뉴스
능률 좋은 죽마
동물원
인도 장수 아저씨
천장 속
모쇼모쇼
세찬 비가 내리려 한다
거짓말쟁이 니콜
새빨간 양귀비
한밤중의 기적에 대하여, 혹은 이야기의 효용에 대하여
덤―아침부터 라면의 노래
후기,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 둘 (안자이 미즈마루)
책속에서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술술 써내려갔다― 그것도 신나게 썼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우리는 우리대로 즐기고, 들쥐는 들쥐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종류의, 그다지 유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그리고 때때로 거의 아무 의미가 없는―짧은 글 쓰기를 무척 좋아한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있는 지혜, 없는 지혜를 짜냈던 것만은 사실이다. 배나무 밑에 누워서, 배가 저절로 떨어지기를 그저 기다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안자이 미즈마루: 하루키 씨의 초현실주의적인 단편소설은 정말 즐거웠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요술 상자를 여는 것 같아 늘 가슴이 두근두근하곤 했다. 두근두근하고, 조금 웃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고, 그러고 나서 마음속의 영상 스위치를 누르고, 그림에 착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