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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0636047
· 쪽수 : 235쪽
· 출판일 : 2008-10-10
책 소개
목차
정적
할아버지의 정비공장
담배와 철학 강의
습관
인생의 회오리바람
쇼펜하우어의 고독
산책
들뢰즈에 대한 연상
오후 3시
사춘기
영원한 장켈레비치
죽음의 철학
스승
세이렌의 유혹
세상의 침묵
사물들의 이치
모렐 선생
진실
결혼
칸트와 자연
아름다운 세상
니체와 데카르트
삶과 사유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
아버지의 서재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사르트르가 말하듯이, 오후 세 시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언제나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눈이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워져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는 자정과도 같은 시간. 오후 세 시다. 덧문들이 내려진다. 세 시란 담배꽁초가 쌓이는 요구르트 통이고, 텅 빈 냉장고이며, 식은 커피이고, 뜨거운 코코아이다. 그 시각이 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자전거경주 선수처럼 작가들은 맥이 빠지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작가는 거리로 나가 신문을 사들고, 길에서 하릴 없이 건물들을 살펴보고, 이가 상하고 심장이 터질 정도로 담배를 피워댄다. 외출을 한 후 침울해져서 집으로 돌아와 방 안을 뱅뱅 맴돌며, 더위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열기가 식을 밤을 기다린다. - 본문 중에서
모든 철학자는 억지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자이며 레지스탕스 활동가이다. 또한 자명한 세계를 완강하게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려는 태양인이다. 성년의 나이란 누구나 때가 되면 이르게 되는 정거장과도 같지만, 유년 시절은 다르다. 유년기의 예술과 그 무구한 천재성은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을 단순하게 바라볼 줄 아는 위대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다. 철학은 선택이 아닌 신이 부여한 은총이다. 철학은 어떤 체계이거나 반 체계가 아니라 엄연한 생태계이다. 바로 거기에서 잔인한 약탈자들과 무자비한 목동들과 잇속에 밝은 장사치들이, 또 힘없는 희생자들과 기웃거리고 어슬렁대는 주변인들이 함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철학은 개념들의 전투장이거나 명령을 내리는 무기고가 아니며, 더욱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택하는 방법도 아니다. 철학은 세상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서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철학은 바로 아이의 장난이다. - 본문 111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