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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71997185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6-04-15
책 소개
목차
가계도와 주요 인물 4
서문 6
옮긴이 해제
-‘가족의 밀어’로 빚은 가족의 이야기 304
리뷰
책속에서
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썼다. 그래서 시대를 기록한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는 공백이 너무 많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이 책을 소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하지 말고 말이다.
우리 형제는 5남매다. 우리는 각기 다른 도시에 살고 있으며 어떤 형제는 외국에 산다. 그리고 편지 왕래도 자주 없다. 만났을 때도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끼리는 단 한마디면 족하다. 단 한마디, 한 문장, 우리의 어린 시절에 수도 없이 듣고 반복했던 그 오래된 말 한마디면 우리들의 옛날 관계를 단숨에 되찾는다. (……) 이런 문장 하나 혹은 이런 말 중의 하나는 우리 형제들이 어두운 동굴 속이나 수백만의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서로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문장들은 우리들의 라틴어였고 지나간 날들의 사전이었으며 이집트 혹은 아시리아-바빌로니아의 상형문자, 존재하기를 멈추었지만 난폭한 물살과 시간의 부식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세포들과 같은 것이다. (……) 우리 중 누군가가 “친애하는 리프만 씨”라고 말하게 될 때, 그리고 곧 “그 이야기 좀 집어치워! 도대체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군!”이라고 말하는 성급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우리의 귀에 다시 울리게 될 때, 지구상의 이곳저곳에서 이런 말들이 다시 창조되고 살아날 것이다.
아버지의 다른 행동이 다 그렇듯이 중재 역시 폭력적이었다. 아버지는 달라붙어 상대를 두들겨 패고 있는 두 오빠 사이로 뛰어 들어가서 그들의 따귀를 때렸다. 그때 난 어렸다. 그런데 지금도 사납게 싸우던 그 세 남자를 떠올리면 겁이 난다. 알베르토와 마리오가 그렇게 서로 두들겨 패던 이유도, 아버지의 분노를 폭발하게 한 이유처럼 아주 하찮은 것들이었는데 가령 책이나 넥타이가 제자리에 없다든가, 누가 먼저 씻으러 갈 것인가 따위였다. 한번은 알베르토 오빠가 머리를 붕대로 감고 학교에 나타나자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오빠는 일어나서 대답했다. “저와 제 형은 목욕을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