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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4008
· 쪽수 : 251쪽
· 출판일 : 2007-11-20
책 소개
목차
사막의 집
폐허와 빈 곳
이미지의 폐허
종이집
코코스
해설 - 불혹의 서사시 / 강유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진들은 모두 '절멸'의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비누처럼 매끄러운 여인들의 몸이 모두 시체처럼 느껴졌다. 생의 관능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여인들을 배치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벽과 골목 사이에는 텅 빈 것들밖에 없었다. 여자들이 모두 지워지고 없었다. 여자들은 풍경과 어울리지 안고 자기 자신 외에 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모델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그냥 여자로 서 있거나 누워 있었다. 울거나 잠들거나 버려졌거나 아니면 그것 모두였다. 그러니까 사진에는 여자들이 없었다. 그가 찍은 사진에는 모델이 없었다. 그들은 그냥 대상일 뿐이었다. 사진으로 매개된 여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사진 이전이거나 이후였다. 그의 사진에는 사건이 없었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의 사진은 텅 비어 있었다. - '사막의 집' 중에서
그곳에서는 나의 죄가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나는 부끄러움을 몰랐으며 내 죄는 깨끗하게 지워지고 망각될 수 잇었다. 그들은 그것을 대가 없는 용서라고 불렀다. 낯선 곳에 사는 사람들은 완벽한 논리를 지녔다. 어떤 피해망상도 죄의식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이론에 의해 극복될 수 잇었다. 신도 법도 모두 다 인간의 이론적 탐구의 대상일 뿐이었다. 미친듯이 분석하고 정리하고 요약해서 자기화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어려운 주제도 승화되고 결국 자기 자신과 무관해지고 말았다. 낯선 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으므로 치외법권자였다. 늘 법의 바깥에서 예외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귀국해서는 상황이 달랐다. 나의 모든 악행들이 지울 수 없는 업으로 어깨를 짓눌렀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날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악을 행한 대상들이 아직 살아 있었고 죄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 '종이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