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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항포포

한승원 (지은이)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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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항포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항항포포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4954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11-03-07

책 소개

한국 현대소설사의 연륜을 그대로 담고 있는 소설가 한승원의 장편소설. '항항포포港港浦浦'라는 말은 이 땅의 모든 항구와 모든 포구라는 말의 조합이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동행하는 이 소설은, 소설가 자신이 그랬듯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이야기이고, 새 길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이다.

목차

1장 길을 가다가 잃어버린 길 09
2장 방황하는 넋 205
3장 너의 길, 나의 길 319
작가의 말 369

저자소개

한승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소설가, 그림동화작가 한규호의 아버지이며 장흥 바닷가 해산토굴에서 집필중이다. 출간한 작품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일』,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시인의 잠』,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꿈』,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물보라』, 『초의』, 『흑산도 하늘길』, 『추사』, 『다산』, 『원효』,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람의 맨발』, 『달개비꽃 엄마』가 있으며, 소설집 『한승원 중·단편전집(전7권)』,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새터말 사람들』, 『희망 사진관』과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꽃에 씌어 산다』와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 『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 『푸른 산 흰 구름』, 『바닷가 학교』, 『차 한 잔의 깨달음』,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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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요?” 하고 재차 물으며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호수처럼 깊었다. 이 여자가 잃어버린 길이란 무엇인가. 석가모니가 평생 맨발로 걸어 다녔다는 ‘길 아닌 길’을 말하는 것인가. 이 여자는 형이상학적인 길 찾기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 뭔가……. 하긴 대개의 사람들은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나도 그러한 사람 가운데 하나일 터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시인인가. 화엄경 속의 선재 소년처럼 선지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인가. 시인이 아니라면, 문학적인 감수성이 탁월한 것처럼 건방을 떨고 있는, 시쳇말로 살짝 돈 여자인 것인가.
아니다, 사실은 나야말로 길을 확실하게 잃어버린 것인데, 이 여자는 내 앞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길을 찾게 해주려는 천수천암관음보살의 화신 아닐까.
그녀는 가볍게 그어진 쌍꺼풀과 기다란 속눈썹 아래의 짙푸른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그의 시선을 빨아들이면서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선생님, 혼자 여행하시는 모양인데, 심심하지 않게…… 갈 길을 잃어버린 저를 데리고 다니세요.”
그는 당혹했다. 간단한 여행 차림을 한 그녀의 존재가 감당하기 거북스러운 거대한 부피와 무게로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를 끌어당기는 알 수 없는 고혹적인 구석이 있었다. 길을 잃었다는 이 여자야말로, 나에게 나의 참다운 일을 가르쳐줄지도 모른다.


침대 머리맡의 이불자락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알몸이 하얗게 드러났다. 그녀는 반듯하게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네온사인 빛을 받은 그녀의 몸은 아름답게 빚어놓은 석고상이었다. 신이 만들어놓은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그는 그녀의 흰 우주 앞에서 몸을 떨었다. 이 일이 어떤 일인데, 이 아이는 스스로의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인가 이미 제 모든 것을 이렇게 열어준 적이 있는 아이 아닐까. 아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남자와의 깊은 만남이 어떤 일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전율이 온몸을 덮었다. 목과 입안에 혀가 바싹 밭았고, 가슴이 우둔거렸다. 좌절과 절망과 소외와 고독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오래지 않아, 지금 자기가 한 일을 후회하게 되고, 더욱 혹독한 좌절과 절망과 소외와 고독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 모든 것을 기대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는 이 아이의 몸속에서 알 수 없는, 나에 대한 혹독한 배반의 씨가 싹터 날지도 모른다. 그 배반의 씨가 이 아이와 나를 동시에 파멸시킬 것이다. 그녀의 알몸이 거대한 불가사의의 바윗덩이로 다가왔다. 그의 남성은 움츠러들었다.


“그 아이한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가 쓰고 싶어 하다가 쓰지 못한 그 소설들을 써주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한 편 썼는데 그게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원작료를 듬뿍 받았어요. 그런데, 죽어간 그 아이의 아픈 사랑과 순백의 영혼을 팔아 나 혼자만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 같고, ‘나 살고 있는 이게 무어냐’ 죄 짓고 나서, 서재에 파묻혀 거짓 글쓰기에만 몰두하는 내 인생이 알곡 떨어내고 난 지푸라기처럼 푸석푸석하게 느껴져서 이렇게 길을 나섰어요. 나 지금, 그 아이하고 함께 다녔던 그 바닷가 마을, 그 항구들, 포구들, 함께 먹었던 음식들을 먹으면서 참회 여행을 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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