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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6903
· 쪽수 : 532쪽
책 소개
목차
1장 의자 위의 연인들
2장 의자의 영광과 비참
3장 웃는 의자
4장 의자를 빌려드립니다
5장 의자 위에 앉은 악마
6장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7장 의자들의 나라
해설 의자의, 의자에 의한, 의자를 위한_박혜경(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의자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번역 작업은 그의 적성에 잘 맞는다. 번역을 통해 이미 남들이 한 번 산 삶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산다. 자기 방의 의자에 앉아 사람들과 만나고 각지를 여행하고 천재들과 괴짜들의 내면을 탐사하고 역사와 장소의 비밀을 관통하면서 그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옮겨놓는다. 게다가 거기에 자기 이름을 덧붙인다. 한때 실제로 존재했던 누군가의 삶을 흉내 내는 유령처럼. 그러나 유령으로 살아가려면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자칫 타성에 젖게 되면 자기가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착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남들과 부딪히거나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면 자기가 사람들 눈에 보인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이나 영원히 유랑하는 유대인처럼 자포자기적으로 만성피로에 몸을 맡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_1장 <의자 위의 연인들> 중에서
할아버지는 그 의자가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앉아 있는 사람도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서 무척 놀랐다. 의자의 등받이가 유난히 높아 보였는데, 미간을 약간 찌푸린 늙은 혁명가의 단호한 표정만큼이나 그 의자도 무척 권위적인 인상을 풍겼다. 높고 각진 의자는 일종의 후광처럼 그를 감싸고서 조금도 타협할 줄 모르는 그의 고집스런 성격을 강조해주고 있었다. 그는 그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자신의 결정을 하달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그 혁명가만큼이나 그 의자에 대해서도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의자는 권위와 영광으로 만해 있었고, 그가 곧 그 의자였다.
_2장 <의자의 영광과 비참> 중에서
부민은 일찍부터 찰흙이나 종이 혹은 나무나 철사 따위를 가지고 뭔가를 만드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실 안에서 늘 자기 자리를 지키는 비교적 평범한 학생이었다. 2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저녁에 그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자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거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순간, 온몸의 살갗이 오그라들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차분히가라앉아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느낀다는 그 섬뜩함을 그 자신이 자기 속에서 느낀 것이었다. 그는 공포에 찬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외침을 토하며 미친 듯이 방에서 뛰쳐나갔고, 며칠 후 가출했다.
_3장 <웃는 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