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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2758730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밤이, 밤이, 밤이
풀잎의 따님이 눈길을 걸었습니다
어떤 나무의 노래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호박씨 까먹었음. 달빛은 없음.
나의 프랑스 요리의 일요일 1
나의 프랑스 요리의 일요일 2
김은은 선생님은 바빠요
텅 빈 거리에는 비 내리고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11년 뒤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19년 뒤
내 들꽃은 죽음
내 들꽃이 바람 속에서 말한다
내 들꽃은 오늘 밤 푸르고
내 손에는 스물여섯 개의 기다림이 있어요
나의 해빙 전후
북극해의 의자에는 나를 닮은 닭 다리가
바지가 벗겨진 신발
나비
그녀의 외로운 엉덩이
두 사람
1. 네가 나를 처음 본 아침
2. 가자
3. 이곳이
4. 쿵
5. 불은 끄자
6. 하루
7. 햇빛
8. 입구
9. 겨울
에세이 : 그의 카페
저자소개
책속에서
밤이 일어선다. 밤이걷는다.
길고 긴 글자들을 가진 밤이 걷는다. 황혼의 글자는 바다를 건넌다. 바람의 글자는 빗속에서태어났다. 12월의 글자는 여행가방을 꾸렸고 월요일의 글자는 별을 좋아했다. 화요일의 글자는 거짓말을 했고 수요일의 글자는 딴생각을 했고, 금요일의 글자는 목요일의 글자 뒤에 숨었다. 3층에서 태어난 글자는 토요일의 글자와 사랑에 빠졌다. 봄의 글자는 4층에서 떨어졌고 여름의 글자는 맨발로 나타났고, 낙엽들의 글자는 첫눈을 기다렸다. 시계 속의 글자는 해바라기가 되고 싶었고, 병 속의 글자는 바퀴가 되고 싶었다. 창밖의 글자는 부엌이나 침대가 되고 싶었다. 길고 긴 어둠의 끈을 가진 밤의 글자들을 품은 밤이 일어선다. 밤이 걷는다. 내 얼굴 위로 밤이 걷는다.
밤이, 밤이,
무너진다. 밤이
―「밤이, 밤이, 밤이」 부분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목요일부턴 안 와요. 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수요일에 나랑 해요. 꼭, 그러니까 수요일에 여기서……
무궁무진한 봄, 무궁무진한 밤, 무궁무진한 고양이, 무궁무진한 개구리, 무궁무진한 고양이들이 사뿐히 밟고 오는 무궁무진한 안개, 무궁무진한 설렘, 무궁무진한 개구리들이 몰고 오는 무궁무진한 울렁임, 무궁무진한 바닷가를 물들이는 무궁무진한 노을, 깊은 밤의 무궁무진한 여백, 무궁무진한 눈빛, 무궁무진한 내 가슴속의 달빛, 무궁무진한 당신의 파도, 무궁무진한 내 입술,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