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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8921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당신의 노후 009
작품해설 139
작가의 말 15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길도는 국가에 봉사한다는 자부심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아니라면 저 많은 노인들을 처리할 때 필연적으로 들러붙는 죄책감, 동족 살해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감을 극복하지 못해 정신이 이상해졌을 것이다. 군인들이 외부의 적과 대치하는 동안 장길도는 내부의 적과 대치해왔다. 둘 중 어느 한쪽의 결기와 희생이 덜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장길도는 사명감과 충성심이 투철한 사람이었고, 바로 그 덕분에 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적어도 현재의 노령연금TF팀 중에는 장길도만큼 길고 화려한 이력을 지닌 외곽 공무원이 없었다.
그런데 그 팀이, 그 조직이, 그 국가가 아내를 해치려는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지 닷새가 되던 날 밤에 원 씨는 병실 창문을 통해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누구든 잡히기만 하면 실력을 보여주려고 벼르는 의사가 주변에 득실거렸음에도 이번엔 심장이 파열되었기 때문에 어찌 손써볼 틈이 없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의 추측은 비슷했다. 원 씨는 늙었다. 가진 게 없고, 별 희망도 없고, 하루하루 지치기만 했다. 살아 있으면 뭐 하나. 병원비는 또 누가 내나. 왜 굳이 이 고생을 하나.
그랬던 게 아닐까.
이러한 추측은 꽤 합리적이어서 부검이 생략되었다. 국가는 모든 죽음을 부검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게 다 국민의 세금이다.
적색 리스트에 오른 과다 수급자를 처리할 때 노령연금TF팀의 외곽 공무원들은 주로 ‘가능성을 높인다’고 표현한다. 어차피 인생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람의 목숨이란 참으로 질긴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면 피로 가득 찬 풍선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