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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72759300
· 쪽수 : 727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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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반짝이는 빗방울이 하늘에서 어둠을 뚫고 항구의 어른거리는 불빛들을 향해 떨어졌다.
검댕과 유독성 물질을 통과한 순간 반짝이던 빗방울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은 더 이상 난로를 켤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끊임없이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댕과 유독성 물질은 안개처럼 이 도시를 계속 뒤덮고 있었다.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반세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 두 방으로 막을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식으로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케네스가 경찰청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었다. 케네스 경찰청장은 시장이 누구이고 그가 어떤 일을 하건, 실세들이 캐피틀에서 무슨 말을 하건 경찰청 꼭대기에 있는 청장실에서 25년에 걸쳐 철권을 휘두르며 실정을 거듭했고, 그러는 동안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고 한때는 가장 중요한 산업 거점으로 꼽혔던 이곳은 부패와 파산과 범죄와 혼돈의 수렁 속으로 가라앉았다.
레이디는 맥베스의 숨소리를 들으며 몸서리를 쳤다.
냉기가 방 안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유령. 아이의 유령. 그녀는 온몸을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나서야 했다. 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태양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별이 되는 데 따르는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남들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빛나는 어머니. 활활 타오르는 우주의 중심. 그렇다. 활활 타올라야 했다. 지금 그녀도 숨결과 살결을 태우며 방 안에서 냉기를 몰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한 손으로 몸을 훑으며 살갗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야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건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앞으로 곧장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오늘로서 그런 날은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그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