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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883814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0-11-20
책 소개
책속에서
내 아내 루비는 지난 삼월에 폐암으로 죽었다. 마흔다섯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빨리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살아생전 그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아내한테 좋은 건 남편한테도 좋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술을 끊으면 나도 담배를 끊을게요.” 사람들은 서로의 나쁜 습관에 기대어 산다고 언젠가 준의 아버지인 버가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술꾼이라는 지적만 뺀다면, 버가 한 말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꼭 필요한 때를 제외하면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그렇지만 루비는 죽었다. 장의사 사람들은 장례를 준비하면서 아내의 두 손을 그녀의 가슴 위에 엇갈리게 놓았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잠잘 때 손을 저렇게 하고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들은 죽은 사람의 손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처리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아내의 손도 그냥 저렇게 놔둬야겠네요”라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관 위로 몸을 구부려 아내의 손가락에 물든 니코틴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그녀의 손가락을 매만졌다. 루비의 부드러운 피부는 새하얀 크림색이었는데, 그런 피부에 갈색 자국이 나 있는 걸 사람들한테 보인다는 게 싫었다. 총에 맞거나 칼에 찔려 죽은 사람을 조문하러 갔다가 상처부위를 보게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니까 장의사 사람들이 죽은 사람에게 잘 어울릴 만한 색깔의 회반죽 같은 것으로 상처부위를 감쪽같이 숨기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담배 냄새가 나는 루비의 두 손가락을 매만진 것도 그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