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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72970477
· 쪽수 : 323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알면 돌아갈 수 없다
남편을 잘 뒀군요 | 문과 출신이 살아남는 법 | 집과 실험실의 거리 | 복수초의 유혹 | 날개 달린 뚜벅이 | 편식쟁이의 결말 | 황금보다 귀한 것 | 표본 확보 원정기 | 모래밭 소우주 | 똥이 되고 싶은 애벌레
2장 파브르의 기쁨과 슬픔
소리 나는 버섯 | 90퍼센트의 꽝을 대하는 자세 | 죽은 나무의 의미 | 이름을 짓는 기분 | 뱀을 피할 방법은 없다 | 운 또는 노하우 | 흑진주거저리 연구 일지 | 내가 공부한 대가 | 질문인 듯 질문 아닌 | 좋아하는 일에도 DNA가 있다면 | 곶자왈의 밤 | 과학책이 이래도 되는 걸까 | 죽은 너구리를 나뭇가지로 덮어두었다 | 정원일기
3장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호불호가 없다는 것 | 다시 만난 세계 | 울고 싶지 않은 밤 | 대벌레는 죄가 없다 | 애벌레의 시간 | ‘곤충 멍’ 때리는 법 | 노란 피의 비밀 | 외래종 혐오에 대하여 | 거저리 쿠키의 맛 | 해롭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 꽃하늘소의 절망 | 1센티미터들의 우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이 찾는 해수욕장에서 자라는 갯메꽃 주변을 파보면 모래거저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봄에는 어른벌레가 얼마나 많은지 살살 파기만 해도 툭툭 튀어나와 까만 보석을 캐는 기분이다. 또 모래거저리는 대개 무리 지어 있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수십 마리도 볼 수 있다. 야행성이라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오면 모래 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먹잇감도 찾고 짝도 찾는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 쉰다. 모래거저리를 건드리니, 깜짝 놀라 도망갈 법도 한데 도망은 안 가고 여섯 개 다리와 더듬이를 배 쪽으로 딱 오그린 채 꼼짝도 안 한다.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미동도 없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위험에 맞닥뜨리면 혼수상태에 빠져서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 가만히 있는다.
죽은 나무는 곤충들에게 중요한 밥이다. 하늘소 애벌레, 비단벌레 애벌레, 사슴벌레 애벌레, 거저리 애벌레 등 수많은 곤충들이 죽은 나무를 찾아와 썩은 나무 조직을 먹고 산다. 잠시 머무는 게 아니라 약 10개윌의 애벌레 시절 동안 나무 속에 틀어박혀 산다. 죽어 쓰러진 나무는 곤충들의 밥상이자 집이자 쉼터인 셈이다. 그들은 나무를 잘게 분해시켜 또 다른 식물의 거름으로도 되돌려준다. 요즘 공원, 도로 옆, 휴양림 등에서는 쓰러진 나무들을 말끔히 치운다. 나무를 삶터로 삼는 곤충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느 장작 숯불구이 식당에서, 어느 집의 화목 난로 속에서, 소각장에서 화장당하고 있다. 숲 곤충이 사라지면 죽은 나무를 누가 분해할까. 죽은 나무를 치우는 건 살상이다. 죽은 나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작은 생태계가 깨지는 순간, 곤충은 사라지고 풀과 나무만 있는 침묵의 숲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