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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성차별/성폭력문제
· ISBN : 9788972970521
· 쪽수 : 556쪽
· 출판일 : 2022-07-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일단 살아만 있어요
1장 피해자에서 연대자로
예민하고 끈질긴 미친년 | 마녀, 사냥을 시작하다 | 그림자가 되는 일 | “고통은 현재에 있다” | “왜 하필 당신이어야 했나” | 허위과장의 진술습벽이 있는 여자 |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고소와 고립 앞에서 | 가해자의 죽음, 피해자의 삶 | 싸움이 끝난 후
2장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보호할지 말지 정하는 사람 | 합의는 어떻게 악용되는가 | ‘최대 29년 3개월’의 진짜 의미 | 성범죄자에게 잊힐 권리란 없다 | 미국으로 갔어야 했다 | 이것을 정말 변화라고 말하려면 | 듣는 일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 어느 판사님께 드리는 편지
3장 또 다른 톱니바퀴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 | 경찰이라니, 가해자인 줄 | 판사 뒤에 숨은 검사들 | 국선변호사는 누구를 변호하는가 | “피해자를 불러내 증언의 고통을 안기세요” | 계산된 전략, 보복성 고소 | ‘후기’로 맺어진 유대 | ‘여’가 없으면 기사를 못 쓰나 | 연대의 탈을 쓴 착취자들 | 그럼에도 당신이 싸우기를 선택한다면
* 톱니바퀴들의 상호작용: 군은 무엇을 지키나
4장 잊히기 위한 연대
욕망하는 연대자 | 트위터, 개미지옥에 빠지다 | 공동체적 해결에 필요한 것들 | 파티와 화형식 | 그때의 내게 내가 있었다면 | 방청연대 연대기 | 판결문 읽는 법 | 시스템은 사람이 바꾼다 | ‘-디’가 되기 위해
5장 디지털 성범죄 재판 방청기
서울: ‘박사방’ 재판이 중요한 이유 | 수원: ‘성착취’가 등장하다 | 인천: 연대자들을 향한 위협 | 춘천: 지역 활동가들의 힘 | 창원: 수기를 불허하는 공개재판 | 안동・김천: ‘갓갓’ 이전과 이후 | 울산: ‘디지털 네이티브’가 적힌 판결문 | 제주: 호통에 가려진 것들 | 부록 1: 한눈에 읽는 지역별 재판 결과 | 부록 2: ‘n번방’, ‘박사방’, ‘프로젝트n번방’ 사건의 평균 형량·보안처분 | 부록 3: 텔레그램 성착취·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그리고 연대의 기록
에필로그: 길을 잇는 이들에게
주
더 깊이 읽기를 위한 자료
별책부록: 감시·기록·목격하는 일반인 연대자들을 위한 성범죄 형사재판 모니터링 수첩
리뷰
책속에서
거리 유지는 연대자로서의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감정적 과몰입은 상황에 대한 입체적 분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을 갉는 방식으로 발현된다. 이는 결국 피해자에 대한 통제욕구로 이어지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게 하며, 개인으로서 내 삶을 지키지 못하게 만든다. 피해자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연대를 중도에 그만두기도 하며, 원칙에 벗어나는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자기 의견이나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여과 없이 본인의 감정을 쏟아버릴 때도 있다. 이런 피해자와 적절한 거리를 설정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을 경우, 연대자는 마모되고 연대를 포기하게 된다. 연대자로서의 나를 지키지 못하는데 과연 연대가 지속될 수 있을까.
추가 피해는 양형에 반영하면 된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겪은 피해자의 고통이 양형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판결을 찾기가 어렵다. 부당함을 인지한 피해자가 증인석에서 항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저 정도로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소극적으로 대처할 리 없다” 등의 이유로 피해자 에게 불리한 판단을 하기도 한다. 결국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의 고통만으로도 버거운데, 취조에 가까운 신문을 견디며 모멸을 느껴야 한다. 필요한 절차라고 강요만 할 뿐 추가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피해자들의 회피와 불안, 불신은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정상참작감경의 기준은 판사마다 다르며, 판결문에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판사 마음’에 달린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의 판결이 이어지는 것은 이 정상참작감경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형기준을 만들었다고 해도, 개별 재판에서 판사의 재량을 내세워 감형하는 관행이 바로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재판 모니터링 교육을 할 때 판결문에 정상참작감경이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었을 경우 그 이유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하는지 검토하도록 권해왔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했으니 그들이 정상참작을 통해 감경한 이유가 판결문에 제대로 쓰여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한결같다. 판사 재량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