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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4283407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08-12-01
리뷰
책속에서
“주느비에브,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 정말일까?”
그대는 시 낭송을 멈추고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대는 고사리와 귀뚜라미들과 벌들 속에서 아마 그 답을 찾았으리라. 그리고는 ‘그럴 거야.’라고 대답했다. 벌들 또한 사랑 때문에 죽지 않던가. 필요한 일이고 평온하게 이뤄지는 일이었다.
“주느비에브, 연인이 뭐라고 생각해?”
우리는 그대가 얼굴을 붉히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대의 얼굴은 전혀 발그레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 난색을 표하고는 연못에 비쳐 너울거리는 달빛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대에게는 아마 저 달빛이 연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느비에브, 애인 있어?”
이번에는 확실히 얼굴이 붉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아니었다. 그대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왕국에서 어떤 계절은 꽃을 가져다주고 가을은 과일이라는 결실을 안겨주며 어떤 계절은 사랑을 가져다준다. 그곳에서 삶이란 무척이나 단순하다. - 본문 58쪽 중에서
베르니스, 자네는 언젠가 나에게 이런 고백을 했었지. “나는 내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삶을 좋아했네. 너무 충실하지만은 않은 그런 삶 말이야.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어. 그건 그저 막연한 동경이었지……”
베르니스, 또 언젠가는 이렇게도 말했었지.
“나는 모든 것들의 이면에 숨어 있던 의미를 알아 맞추었네. 노력만 하면 그게 뭔지 이해하고, 알고, 또 그걸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었던 친구의 존재 때문에 나는 혼란스러워졌지.”
어디선가 배 한 척이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아이 하나가 사그라지는 것 같다. 돛과, 돛대와, 희망의 가녀린 떨림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 본문 230-231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