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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지은이), 김현식 (옮긴이)
현대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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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좁은 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4283803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0-12-27

책 소개

194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실제로 사촌 누이와 결혼한 작가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있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부여된 모순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소개

앙드레 지드 (지은이)    정보 더보기
문학의 여러 가능성을 실험한 프랑스 소설가. 프랑스 문단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어 20세기 문학의 진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사전꾼들』을 발표해 현대소설에 자극을 줬다. 주요 저서로는 『좁은 문』 등이 있으며 194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셰익스피어, 에머슨, 니체, 루소 등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몽테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그가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수상록』에서 교훈이 될 만한 글을 발췌하여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한 선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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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전문번역가협회에 몸담았으며 다수의 번역서를 통해 사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프리랜서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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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지난해 줄리에트를 다시 만났다. 알리사의 죽음을 알려주었던 그녀의 마지막 편지를 받은 지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 내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미리 편지로 알리기는 했지만 막상 그 집의 문을 들어설 때는 적잖게 가슴이 설레었다. …… 열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 둘이 계단에서 놀고 있었다. 줄리에트는 아이들을 불러 나에게 인사를 시켰다. 맏딸인 리즈는 아버지를 따라 애그비브에 갔고, 열 살짜리 아들은 산책에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알리사의 죽음을 알린 편지에서 곧 낳게 되리라던 아이가 바로 이 아이였던 것이다. 이 마지막 출산은 난산이었으며 그 후유증으로 줄리에트는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마음을 돌이킨 듯 딸을 또 낳았는데, 줄리에트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녀는 다른 아이보다 이 딸아이를 특히 더 귀여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롬, 감히 편지로는 부탁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 아이의 대부(代父)가 되어주지 않겠어요?”
“네가 좋다면, 그렇게 하지.”
나는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요람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래, 이름은 뭐지?”
“알리사…….”
줄리에트는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
“언니를 좀 닮은 것 같지 않아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줄리에트의 손을 꼭 쥐었다. 그 작은 알리사는 어머니가 안아 일으키자 눈을 반짝 떴다. 나는 아이를 품속에 받아 안았다.


땅거미가 잿빛 밀물처럼 방 안으로 밀려와 물건들을 하나하나 덮어버리자,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물건들은 저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난날의 추억을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알리사의 방을 다시 보는 듯했다. 줄리에트가 그 모든 가구들을 이 방으로 옮겨다 놓은 것이었다. 줄리에트는 다시 나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얼굴의 윤곽을 구별할 수 없었고, 그녀가 눈을 감고 있었는지 어쩐지는 알 수가 없었다. 줄리에트는 몹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자!”
마침내 줄리에트가 입을 열었다.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야 해요…….”
나는 줄리에트가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 걸음 내 딛더니 맥이 빠진 듯 옆에 있는 의자에 다시 털석 주저앉았다. 줄리에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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